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시진핑, 美 의식한듯 "영원히 패권추구 안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개혁개방 성과를 자찬하며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화해 제스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언급하지 않아 단순한 수사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대회'에 참석해 1시간21분 동안 진행한 연설에서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발전은 어떤 국가에도 위협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 공평 정의를 수호하고 국제관계 민주화를 제창해야 한다"며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며 타국의 내정간섭과 강자임을 믿고 약자를 깔보는 것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중국은 결코 타국의 이익을 희생시켜 자국의 발전을 도모하지 않겠지만 자국의 정당한 이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어 목적의 국방정책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과 남중국해 등 다방면에서 충돌하고 있는 미국을 다분히 의식한 연설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는 미국을 향해서는 다자 무역질서 복원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개방적이고 차별대우 없는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해야 하고 무역 투자 자유화와 편리화를 촉진하며 경제 세계화가 더욱 개방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중심으로 세계 공동 발전을 위해 새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8년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지 4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신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됐음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1978년 12월 18일은 중화민족, 중국공산당,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상 중요한 날"이라며 "11기 3중전회(공산당 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는 신중국 설립 이후 위대한 변곡점으로 이를 통해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재화의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우리는 신시대에 계속해서 개혁개방을 추진해 '2개 100년(공산당 창당 100주년·신중국 성립 100주년)' 목표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설립,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추진은 역사적인 3대 사건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3대 이정표"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개혁과 경제 문호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한 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연설에서 국가경제와 민간부문 개발 지원에 대한 약속을 언급했고 개방 노력을 확대하고 주요 개혁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지난 40년간 이룬 경제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고, 특히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대내외의 시장주의 개혁 요구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 주석은 이날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발전'을 위한 제1지침으로 모든 영역에서 당의 리더십 견지를 강조했다. 개혁개방 이후 발전 과정이 당의 리더십에 따른 것인 만큼 앞으로도 당 중앙의 권위와 통일된 리더십을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 한동안 공개석상에 언급되지 않은 '덩샤오핑'을 강조한 것은 주목을 끈다. 시 주석은 문화혁명 당시 중국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았으나 덩샤오핑 등 구세대 지도자들이 개혁개방의 막을 올렸다면서 "우리는 지난 40년간의 발전으로 현재 세계 2위 경제국,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도약했고 중국 인민이 부유해지고 강해지는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을 언급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등 중국 3대 정보기술(IT) 공룡기업 수장뿐만 아니라 리커창 총리의 스승인 리이닝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명예원장 등도 '중국 개혁개방 공로자'로 선정돼 수상했다. 공산당 지도부가 반시장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대표적 민간기업가들과 시장주의 학자를 예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류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