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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할아버지 술? 담금주, 2030만나 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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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배 있는 어른들의 전유물이었던 담금주가 2030세대의 취향과 결합하면서 젊어지고 있다. [사진 제공 = 살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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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술병 안에 담가져 있는 팔뚝만 한 산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초.

할아버지 댁 또는 술 좋아하는 어르신 집에서라면 십중팔구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연배 있는 어른이 즐기는 술, 귀한 날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술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담금주의 전형이다. 그런데 이런 담금주의 '클리셰'가 2030세대의 취향을 거치며 점차 변화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현 모씨는 연말을 맞아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할 선물로 담금주를 준비 중이다. 현 씨가 담금주를 연말 선물로 선택한 이유로 "재료만 달리하면 담금주가 연령대 상관없이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현 씨 말대로 2030세대가 만드는 담금주의 가장 큰 특징은 재료의 다양화다. 산삼과 버섯, 가시오갈피 등 맛보지 않아도 젊은 층의 입맛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재료에서 딸기와 레몬 같은 과일청을 담을 법한 과일류가 담금주의 대세로 떠올랐다. 이밖에도 커피 원두와 코코넛 처럼 과연 술로 만들 수 있을까 싶은 것들도 셀프 담금주의 인기 재료다.

만드는 방법도 과일청과 거의 비슷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 또한 인기몰이 요인 중 하나다. 최소 25도 도수의 소주와 담금주 재료, 설탕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사실 담금주 열풍에는 '담금주 키트' 등장이 큰 몫을 했다. 담금주 키트는 술의 주재료가 되는 건조 딸기·레몬이나 커피, 야관문 등이 특별 제작된 병 안에 들어 있어 소비자는 원하는 술만 더하면 되는 간편한 상품이다. 시중에 이미 여러 브랜드의 상품이 출시돼 있을 정도로 핫한 사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담금주 키트를 처음 출시한 브랜드 '살룻'의 이은지 대표는 "담금주를 직접 해먹고 싶어도 일일이 재료를 손질하고, 병을 소독하는 과정을 소홀히 하면 과일이 상해 실패할 확률이 있다"며 "간편함에 더해 취향에 맞는 술을 넣어 먹을 수 있다는 컨셉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작년 4월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처음 선보인 후 설날, 발렌타인데이 등 연초 선물시즌에는 판매량이 10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특히 구매 고객의 80% 이상이 20·30대 여성일 정도로 젊은 층에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2018년 마무리까지 2주. 오늘 만들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바로 마실 수 있는 담금주는 무엇일지 이 대표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그는 담금주를 빨리 개봉해야 한다면 숙성이 가장 빠른 재료인 베리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술을 부은 후 천연당만 녹으면 4~5일만에라도 마실 수 있기 때문.

이 대표는 담금주라는 상품이 20·30대에게 통할 수 있었던 이유로 '향수'를 꼽았다. "요즘 젊은 세대라면 어릴 때 할머니집 찬장에 놓인 커다란 담금주를 보고 자라왔을 텐데요. 담금주라는 단어에도 어릴 적 향수가 담겨 있기에 단어가 주는 따뜻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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