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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반달가슴곰 KM-53, 다음주쯤 겨울잠 들어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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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8년 동면 중에 발견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반달곰의 겨울잠은 가수면 상태인데, 연구원이 조사를 위해 다가서자 곰이 깨어나 고개를 내밀고 있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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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얻은 반달가슴곰 KM-53이 새 터전에서 겨울잠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주쯤 가야산 자락에서 잠에 들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지난 8월 경북 김천의 수도산에 풀려난 KM-53이 최근 경북 성주군 가천면의 가야산 포천계곡에 머물며 활동을 점점 줄이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곰들이 겨울잠을 자기 전 보이는 모습이다.

2015년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KM-53은 지난해 6월 처음 수도산으로 이동하더니 두 차례나 잡아다 지리산에 풀어놨지만, 자꾸만 수도산으로 돌아갔다. 지난 5월 세 번째 이동에서 교통 사고를 당하자 재활 과정을 거쳐 아예 수도산에 풀어주게 됐다. 이후 곰은 수도산과 가야산 일대를 오가며 서식지 탐색을 해왔다.

KM-53은 지난달 말부터 가야산 자락에 머무르고 있다. 10월 중순에도 이 주변에 닷새 정도 머물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도토리 등 먹이가 풍부해 동면 장소로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종복원기술원과 성주군은 KM-53이 안전하게 겨울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올무 등 밀렵도구 제거 활동을 벌였다.

곰들의 겨울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추위와 눈이다. 한겨울인 1월에는 대부분 동면에 들어가는데 이른 강추위가 엄습한 지난 겨울에는 곰들이 12월 중순부터 일찌감치 ‘이부자리’를 폈다. 올 겨울은 특별히 춥지는 않아서 12월 말이면 겨울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체에 따라 1월 하순에야 잠드는 놈들도 있다고 한다.

종복원기술원의 학습장에 있는 반달가슴곰들도 최근 동면 채비를 하고 있다. 먹이활동을 안하고 천천히 걸어다니며 움직임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문광선 종복원기술원 남부센터장은 “여름철에는 먹이 줄 시간이 되면 먹이를 달라고 아는 척을 했는데, 요즘은 사람이 와도 반응이 크게 없고 먹이를 탐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지리산에 있는 곰들도 활동성이 점차 떨어지면서 잠자리로 찍은 곳 주변을 맴돌고 있다.

곰들은 겨우내 아무것도 먹지 못하기 때문에 가을부터 제 몸무게의 30% 가량 살을 찌운다. 먹이를 잔뜩 먹어서 어느정도 몸을 불렸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더이상 먹지 않는다. 계속 먹으면 대사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살을 찌우며 동면 장소도 찾게 된다. 종복원기술원에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서식 장소를 분석해보니 바위굴, 나무굴, 탱이 순으로 조사됐다. 어린 곰들이 주로 들어가는 나무굴은 고목의 구멍이나 나뭇가지가 부러져 썩어 들어간 공간에서 잠자는 것이고, 큰 곰들이 사용하는 바위굴은 바위 틈에 몸을 깊숙히 숨기는 것이다. 땅이 움푹 팬 곳에 나무줄기나 낙엽을 끌어 모으고(탱이), 몸을 웅크려 잠을 자기도 한다.

겨울잠이라고 사람처럼 쿨쿨 자는 것이 아니라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곰들도 자다 깨면 사람처럼 짜증이 난다고 한다. 특히 어미곰들은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다. 이 시기 사람과 마주치면 울음소리를 내면서 위협하거나 대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곰이 잠든 동안은 연구원들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직접 다가가지 않는다. 대신 몸에 부착된 신호기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며, 겨울을 잘 견디고 있는지 지켜보게 된다. 문광선 센터장은 “반달곰들이 겨울잠을 자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동면 장소를 옮길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탈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겨울 산행객들은 탐방로 외에 샛길 출입을 자제하고,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수도산으로 이사 간 반달가슴곰 KM-53…이제는 ‘마주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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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을 앞둔 지리산 반달가슴곰.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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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이 동면굴로 이용한 신갈나무 고목.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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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들은 바위틈을 동면굴로 애용한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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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출산한 어미곰.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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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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