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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달아날 수 없다…112 눌러도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연결되는 '앱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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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부 지원으로 저금리 대출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

직장인 최모(42)씨는 지난 3일 국내 대형 금융 계열사 ‘현대캐피탈’로부터 대출안내 문자를 받았다. 돈이 필요했던 최씨는 보내준 카카오톡 링크를 누른 뒤 현대캐피탈 어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았다. 그 순간 A씨의 스마트폰은 악성코드에 감염됐다. 현대캐피탈 앱으로 꾸민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이었던 것이다.

일단 가짜 현대캐피탈 앱을 깔게 되면 꼼짝할 수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정상적인 금융감독원(1332)·현대캐피탈 고객센터(1588-2114)로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콜센터로 넘어가게 해놓은 까닭이다. 최씨도 금융감독원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넘겨 받은 것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입금해도 괜찮을까요?"(최씨)
"그럼요, 신용평점 상승을 위한 절차입니다. 입금해도 됩니다."(보이스피싱 조직원)

이 말을 믿고 최씨는 두 차례에 걸쳐 1200여만원을 입금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최씨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즉각 인출해서 달아난 뒤였다. 최씨는 경찰에서 "금융감독원 전화번호까지 찍어서 재차 확인했습니다. 어떻게 안 속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최씨가 당한 것은 새로운 보이스피싱 수법인 ‘앱피싱(App phishing·앱 설치 유도형 보이스피싱)’이다. 사기단은 대출이 필요하면, 앱부터 내려 받아야 한다고 피해자를 유인한다. 일단 가짜 앱이 깔리면, 스마트폰에 침투한 악성코드가 경찰·금융감독원 등에 거는 전화를 탈취한다. 피해자가 어떤 전화번호를 누르더라도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착신 전환하는 신종 수법이다. 전화를 넘겨 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수사기관·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면서 "안심하고 이체하시면 된다"고 속이는 식이다.

조선일보

경찰청이 서비스 중인 보이스피싱 차단 애플리케이션 ‘폴-안티스파이2.0’의 모습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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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출처불명의 앱을 설치하라고 유도한다면 ‘앱피싱’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백신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서 자신의 스마트폰이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경찰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사건은 총 3만1018건, 피해금액은 363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발생 건수가 43.6% 늘어난 수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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