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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마을 인재 위한 곡성의 십시일반… 유학비 4500만원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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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정경대 대학원 합격 박병준씨

형편 어렵단 소식에 주민들 성금

조선일보

지난 10월 전남 곡성군 곡성읍 도로변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축! 런던 정경대 합격!' 곡성에서 태어나 곡성중을 졸업한 박병준(24·사진)씨가 주인공이었다. 박씨는 전남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연세대 대기과학과를 다니며 경제학을 부전공해 졸업과 동시에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환경경제학전공)에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은 잠시였다. 등록금이며 체재비며 유학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런던정경대의 연간 등록금은 3400만원 정도. 박씨의 아버지는 전파사를 하다 지난 3월 췌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다. 사회복지 시설에서 일하는 어머니가 벌어온 돈으로는 생활비도 빠듯했다.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도 다달이 내야 했다. 당장 통장 잔액을 증명해야 영국행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복지 시설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간신히 금액을 맞춰 넣었다.

그 소식이 곡성군 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근기 곡성군수가 "우리 고장의 젊은 인재를 우리가 키워보자"고 나섰다. 재광곡성군향우회에서 먼저 1000만원을 쾌척했다. 이어 섬진강장학재단, 광주시청향우회, 재경향우회, 군 교육청, 군사회단체협의회, 곡성중 28회 등 향우 단체들이 잇따라 박씨를 위해 힘을 보탰다. 군민과 고향을 떠난 인사들도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보내왔다. 두 달간 3211만원이 모였다. 지난 7일 재경·재광 곡성향우회는 성금을 박씨 가족에게 전달했다. 어머니 선현숙(54)씨는 "고향 분들의 정성에 큰 힘을 얻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에도 온정이 이어져 성금은 총 4500만원을 넘었다. 박씨는 등록금을 재학 중에 나눠 내기로 하고 입학 등록을 마쳤다. 그는 "많은 고향 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 국제 환경 전문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곡성=권경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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