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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2018년 연극계, 실험적 무대·사회 비판 메시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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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로 본 2018 연극계]

‘그믐, 또는…’‘그때, 변홍례’‘외로운…’

젊은 연출가·작가들이 새 흐름 형성

무성영화·라디오 드라마 기법 섞고

45도 기운 무대·조명으로 공간 연출

자본·권력에 희생당하는 현실이나

미투·페미니즘 사회적 화두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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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그때, 변홍례>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픔 사람>.

이 작품들을 또렷이 기억한다면 2018년 알찬 문화생활을 했다고 자부해도 될 듯하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올해의 연극으로 선정한 세편이다. 올 한해 약 1000편이 무대에 올랐다. 그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 연극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정진했다는 작품들이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해마다 ‘올해의 연극 베스트3’을 선정해왔다. 평론가협회 회원 90명이 세편씩 추천하고, 이를 후보로 해 이사회에서 평론가 17명이 최종 결정한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쪽은 1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퀴어 연극제도 활발해지고 페미니즘 연극제도 처음 개최되는 등 의미있는 시도가 많았다. 또 30대 중반~40대 초반의 젊은 연출가나 작가들이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 주목할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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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을 보면 2018년 연극판의 흐름이 고스란히 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게 무대 구성의 참신함이다. 특히 <그때, 변홍례>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실험성이 돋보였다. 일제 때인 1931년 부산 철도국 관사에서 하녀로 일하던 스무살 변홍례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소재로, 권력과 자본에 희생된 하층 여성의 비극을 그렸다. 그 시절 꽃피었던 대중문화인 무성영화와 라디오 드라마의 기법을 접목해 빛과 소리를 활용한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장강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크고 작은 보름달 두개가 연결되어 45도로 기울어진 무대를 시도했다. 이 무대는 조명 등의 작은 변화로 버스 등 다양한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협회 쪽은 “경사진 무대는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인물의 내면과 텍스트의 주제를 통합적으로 보여줬다. 원작이 지닌 현실사회의 문제를 짚어내면서 연출의 미학적 관점을 확장했다”고 평했다.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은 배우들의 본명을 캐릭터 이름으로 사용하고, 관객에게 의견을 묻는 등 실제로 함께 비평하는 느낌을 더했다. 재정 위기를 맞은 인문사회과학 잡지 시대비평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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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올해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많아 특히 선정이 까다로웠다”고 했다. 세 작품 역시 현실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분명하게 꺼낸다.

<그때, 변홍례>는 과거 사건을 소환해 자본과 권력에 희생되는 사회적 타자의 이야기가 지금도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을 살해한 남자와 살해당한 남자의 엄마 등을 통해 기억과 속죄라는 삶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은 차세대 극작가로 손꼽히는 윤성호(34)의 작품으로, 젊은 연극인의 발견이라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그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페미니즘이 화두에 오른 2018년의 현실도 연극계는 놓치지 않았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와 <환희, 물집, 화상>은 페미니즘 문제를 재미있고 명쾌하게 풀어줬다.

남북화해, ‘#미투’ 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던 2018년이 자양분이 되어 2019년 연극판은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남북 관계를 소재로 한 연극들이 주로 핵, 갈등에 초점을 맞췄던 반면, 이젠 평화나 달라진 남북관계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극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났던 ‘#미투’는 작품과 제작 환경을 두루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이후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던 것처럼 블랙리스트와 미투, 최근의 남북관계 변화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작품을 잉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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