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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CCTV 등 통해 재구성한 고 김용균씨 최후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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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역’ 내몰린 3개월차 신입…“사고지점, 숙련자도 힘든 점검”

미숙련·현장 악조건·위험 속 1인 근무 정황

경찰 서부발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수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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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김용균(24·한국발전설비)씨는 입사 3개월 차인 신입 직원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노동자들은 “김씨가 하던 일은 위험해 숙련된 노동자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경찰이 밝힌 태안화력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분석 내용과 김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을 보면, 김씨는 컨베이어벨트 운전원 업무를 숙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혼자서 위험한 시설을 점검하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해보니 김씨가 업무에 숙달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김씨의 이동 동선과 시간대를 따져보면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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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현장 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사무실에 출근한 것은 지난 10일 저녁 6시20분이다. 그는 이날 야간 근무조로 환승타워(트랜스퍼타워)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설비(IGCC) 등 4개 시설물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는지를 살펴야 했다. 밤새 이들 시설물을 순찰하며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낙탄)을 치우고, 탄가루·이물질을 씻어 내린 물을 빼는 배수관(드레인관)이 막히지 않았는지를 살피며, 석탄을 싣고 움직이는 운반용 벨트 부품인 아이들러를 점검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이상이 보이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파트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

이날 그는 저녁 식사를 하고 대기하다 8시께 사무실을 나선 뒤 자신의 근무 영역인 환승타워 총 3곳 가운데 첫번째 타워(TT05-A)로 향했다. 그는 8시35분 낙탄을 삽으로 치운 뒤 밤 9시에 최아무개 파트장에게 배수관 밸브를 점검하며 찍은 사진 6장을 보냈다. 배수관에 물이 남아 있으면 추위에 동파될 수 있다. 이어 두번째 환승타워(TT05-B)로 향한 뒤, 10시1분에는 복합발전설비에 설치된 시시티브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그는 왔던 길을 거슬러 앞서 점검한 두곳의 환승타워로 이동한 뒤, 10시35분에는 마지막 환승타워(TT04-C)의 시시티브이에 찍혔다. 경찰은 각 시설 간 거리가 50~100m가량이고 각 시설 꼭대기는 땅에서 약 70m 높이에 좁은 계단으로 올라야 닿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김씨가 쉬는 시간 없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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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환승타워에 도착한 김씨는 10시41분부터 네차례에 걸쳐 이아무개 팀장과 통화를 했다. 이 팀장은 경찰에서 “배수관 점검 위치가 잘못돼 김씨에게 이를 바로잡아 주려고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 진술에 비춰볼 때 김씨가 약 3개월 동안 근무했지만, 지상 1층에 노출된 배수관 밸브 점검 포인트도 몰랐다는 것으로 그가 업무에 숙달된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를 마친 김씨는 11일 새벽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전 노동자들은 “김씨가 숨진 지점은 고속으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방향을 전환하는 곳으로, 분진이 심하고 소음도 심해 기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험하더라도 시설 안쪽으로 팔과 머리를 넣어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래 일한 노동자들도 하기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숙달된 근무자도 힘들어하는 일을 3개월 차 비정규직 초보인 김씨에게 맡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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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하는 충남 태안경찰서는 김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 이동 동선 등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이 회사 및 원청사인 한국서부발전 쪽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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