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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사설] 택시기사 월급까지 세금으로, '세금' 말고 할 줄 아는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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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카풀(승차 공유)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택시 기사 월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월 250만원보다는 많을 것"이라며 최소 월급 수준까지 언급했다. 택시 기사 순수입이 월 250만원에 못 미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국민 세금 퍼붓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11시간 월 26일을 일해도 한 달 수입이 2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돈을 가져가는 기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수입을 늘려주려면 택시 요금을 올려야 한다. 이 정권은 이 당연한 일을 외면한다. 대중(大衆)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일을 세금으로 메우려고 한다. 정부·여당 식으로 택시 기사 '월급 250만원 이상'을 보장하려면 최소한 1인당 50만원 이상의 세금을 줘야 한다. 전국 10만명 법인 택시 소속 기사들이 준공무원이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 것이다. 250만원 이상 월급 보장과 서비스는 반비례할 가능성도 있다. 택시는 지하철·버스와는 성격이 다른 개인적 서비스다. 국민이 다른 사람의 택시 요금까지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 택시 타는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카풀 갈등 해법으로 택시 월급 보장제가 도입되면 숙박 공유, 원격진료, 자율 운행차, 영리병원 등 갈등이 존재하는 다른 산업에서도 이해 당사자들이 국민 세금에 손 내미는 일이 속출할 것이다. 너도나도 '250만원 이상 보장하라'고 나온다면 정부는 뭐라 할 건가. 갈등을 풀기는커녕 나라 재정만 갉아먹는 결과가 될 것이 뻔하다.

문제만 생기면 수조원, 수천억원씩 세금을 퍼붓는 습성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제대로 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세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으로 영세 상인들이 어려워지자 그 뒷감당도 세금으로 했다. 음식점 주인에게 세금을 지원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등 끄기와 같은 가짜 일자리로 고용 숫자 부풀리는 데도 세금을 퍼붓고 있다. 국민연금 대책이라면서 세금으로 주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연 30조~40조원씩 늘리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조정과 설득으로 이해 당사자들 양보를 끌어내는 실력은 '0'에 가깝고 모든 일을 세금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국정 운영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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