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씨는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지사가 ‘어르신(문재인 대통령)께서 경공모라는 발음을 어렵게 생각하니 명칭을 발음이 쉽도록 해보라’고 했다"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문 대통령에게) 경공모를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으로 소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어르신이 누구냐"고 물었고, 김씨는 "문재인 (당시) 후보를 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경인선은 원래 ‘경공모 인터넷 선플 운동단’이라는 (경공모) 하부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원래 있던 하부 조직의 이름을 당시 문 대통령 후보에게 소개하기 위해 알려줬다는 것이다.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는 ‘경인선’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경선 현장이 담긴 영상에서도 등장했다. 영상 속에서는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 가자"며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드루킹 김씨는 또 작년 1월쯤부터 조기 대선에 대비해 ‘경공모’가 문 대통령을 위한 정보 조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지사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나 ‘댓글 순위조작 결과 목록’ 등을 전송했다"며 "활동내역을 승인받기 위해 매일 밤 댓글활동 내역을 보냈고, (거기에 보면) 저희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다 나온다"고 했다.
드루킹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주장도 재차 했다. 김씨는 "당시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 프로토타입(시제품) 시연을 한 게 맞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당연하다"고 했다. "킹크랩 개발을 완료하기 전에 프로토타입을 시연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그런 큰일을 하면서 정치인 허락 없이 어떻게 진행하겠느냐. 당연히 허락을 받기 위한 것이었고, 허락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킹크랩을 개발한 ‘둘리’ 우모씨가 보는 앞에서 김 지사가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김씨의 이날 증언과 달리 2016년 11월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적은 있으나 시연회를 봤다거나, 댓글 조작을 승인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김씨와 김 지사는 특검의 대질조사가 있었던 지난 8월 이후 4개월여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증인석에 앉은 김씨는 신문이 시작되기 전 김 지사 측을 흘끗흘끗 바라봤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 김씨 쪽을 아예 보지 않았다. 가끔 말이 안된다는 듯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드루킹 김씨는 특검팀 신문이 끝나고 김 지사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진행되자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변호인 질문에 "전혀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대답을 피하거나 "질문이 잘못됐는데 어떻게 답하느냐" "의미없는 것을 질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재판장이 "감정적인 부분이 표출되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묻고 답해달라"고 제지했지만 여전히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태도로 일관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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