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 터지자 진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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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현재 부동산 가치와 가용 예금만 71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그룹 전반의 유동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례적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 및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현국 |
◇위기설 이어지는 롯데
롯데가 이례적으로 그룹 재무구조 현황을 밝힌 이유는 최근 롯데그룹을 둘러싼 이슈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설명 자료를 배포하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 계약 재무특약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를 이자 비용으로 나눴을 때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이 수치가 지난 9월 기준으로 4.3배를 기록했다. 금융사들이 롯데케미칼에 회사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사들은 현재 롯데그룹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가진 자산이 회사채를 갚고도 남을 정도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상환 요구를 검토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유튜브 콘텐츠가 올라오고 이를 바탕으로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만들어져 확산되며 그룹 주요 상장사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루머 생성·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 롯데의 입장을 옹호하는 리포트가 잇따라 나오면서 주가 급락 사태는 바로 다음 날 안정세를 되찾았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회사채와 관련한 현안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발생한 상황”이라며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어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 공고를 하고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통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적 부진은 숙제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은 상당 부분 과장된 게 사실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실적 부진 장기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은 올해 실적이 부진한 모습이다. 2015~2019년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6600억원에 달한다. 백화점, 수퍼, 마트 등이 포함된 롯데쇼핑도 이커머스의 공습에 허우적대며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3.8% 줄었다. 순이익은 90.7%나 급감했다.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은 2020년 사업 출범 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가 5000억원을 넘었다. 롯데면세점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롯데는 지난 6월 롯데면세점을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등이 잇따라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롯데온과 면세점, 세븐일레븐, 롯데호텔앤리조트 등은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의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의 10~3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 안팎에선 12월로 예상되는 임원 인사에서 대규모 쇄신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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