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1억원씩 배상하라”
피해자, 日서 패소 딛고 승소 확정… 아베 “국제법상 있을수 없는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1941∼45년 강제징용된 이춘식 씨(98) 등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범(戰犯) 기업인 일본제철의 후신 신일본제철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일본 정부의 불법적 식민 지배를 수행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불법 강제동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일본 최고재판소의 확정 판결 효력이 국내에 미치지 않아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일제강점기 때 벌어진 불법행위의 재판 관할권이 국내 법원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식민 지배를 합법으로 보는 일본 법원의 판결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 1부(당시 주심 김능환 대법관)의 판결 취지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미쓰비시 측의 피해 배상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해 국내 법원에 계류 중인 14건의 일본 기업 상대 소송도 대법원 확정 판결처럼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8월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상고 사건이 접수된 뒤 5년간 판결 확정을 미뤄왔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올 7월 ‘판결 지연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했다’고 보도한 직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전격 회부했고, 3개월 만에 선고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강제징용 소송 관련 대국민 입장 발표문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법에 비춰 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 / 도쿄=김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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