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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계엄군에 짓밟힌 여성 최소 17명…집단 성폭행도 2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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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방부·여성부·인권위 공동조사단

당시 계엄군·수사관 성범죄 확인

17살 여고생부터 30대 주부까지 피해

공수부대 증파된 5월19~21일 집중

군 영창 등서 성추행·성고문도 45건

“조사권 한계로 가해자들 찾지 못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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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수사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최소 1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이 시위와 무관한 주부와 10대 여고생, 20대 직장인 등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의혹(<한겨레> 5월8·10일치 1면)도 사실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사실은 군인 여러명이 여성 1명을 집단 성폭행한 사례가 2건 이상 확인됐다는 점이다. 전쟁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군인들의 성폭력 범죄가 광주에서 자행된 것이다.

30일 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가 참여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의 말을 종합하면, 5·18 당시 계엄군·수사관 등이 저지른 성폭행 범죄가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17건이다. 이 가운데 공동조사단에 신고가 접수된 뒤 상담 과정에서 파악된 사례가 8건이고, 5·18 당시 구술자료와 유공자 보상 심의 서류, 각종 문헌 등을 통해 파악된 사례가 9건이다. 상담과 구술 조사를 통해 파악된 8건 가운데 3건은 <한겨레> 보도 등을 통해서 알려진 사례지만, 5건은 새로 접수된 피해 사례다. 여성 성폭력 피해는 광주에 공수부대가 증파된 시점과 맞물린 5월19~21일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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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폭력 피해자 중엔 80년 당시 30대 주부(5월20일)뿐 아니라 17살 여고생(5월23일), 여대생, 20살 시내버스 여성 노동자(5월20일)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공동조사에선 군인 2명 이상이 여성 1명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사례가 다수 확인돼 충격을 더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성폭력 범죄를 당한 뒤 충격을 받고 지금도 여전히 정신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이번에 새로 확인된 성폭력 피해자 4명은 5·18 민주화운동 보상 신청 기간 중 광주시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는데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 보상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군 영창(상무대) 등지에서 저질러진 성추행·성가혹행위(성고문) 등도 45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번 공동조사단의 진상규명 과정에선 5·18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찾지 못했다. 공동조사단은 성폭력 범죄 생존 여성들한테서 가해자들의 이름과 인상착의, 부대 표시 등의 진술을 들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공동조사단 쪽은 “가해자 추정까지는 가능하지만 조사권이 없어 입증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동조사단은 피해자들이 또다시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트라우마 치유 전문가 등과 함께 당시 상황을 진술받았다. 조사단은 5·18 보상 신청을 했던 여성 603명의 서류를 일일이 확인한 뒤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성폭행·추행 등의 피해 사례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조사단 쪽은 “여성 생존자들이 성범죄 피해를 수치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신고하는 것을 꺼렸다. 피해자들이 국가폭력 생존자로 예우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가해자들의 양심고백, 사과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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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5개월 동안 진상규명 활동을 벌인 공동조사단은 31일 아침 7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공동조사단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시행(9월14일)에 따라 출범하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번 조사 결과를 넘겨 종합적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진상규명조사위는 위원 9명 중 자유한국당이 위원(3명) 추천을 미루면서 40여일이 지나도록 출범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5·18 여성 성폭행 범죄 의혹이 알려진 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5·18 특별법 진상규명 범위에 5·18 성폭력 사건을 명시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국방위원회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8일 정부 공동조사단을 꾸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겨레>는 ‘5·18 그날의 진실’ 기획 특집 시리즈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이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4차례에 걸쳐 연속보도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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