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미 중간선거 D-7] ‘37년 공화 텃밭’서 반란 조짐…민주 “트럼프 견제 투표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버지니아주 연방하원 ‘스윙선거구’ 현장

선거구도 ‘트럼프냐 아니냐’ 집약

민주 웩스턴, 3선 도전 공화 콤스톡에

“트럼프 법안 98% 찬성” 몰아붙여

지지율 13%p까지 격차 벌려

콤스톡 “거짓말” 트럼프 거리두기

분노한 여성들 ‘반트럼프’ 결집

폭발물·총기 사고도 막판 변수

‘상원 공화, 하원 민주’ 장악 예상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총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학교에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미국인이 안정적인 헬스케어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친구와 이웃에게 ‘투표하라’고 말하고, 전화 걸고, 소셜미디어에 쓰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제니퍼 웩스턴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말하자 참석자 200여명이 “맞다”며 환호성으로 호응했다. 웩스턴 후보가 “내가 투표하면!”이라고 외치자 “우리는 이긴다!”라는 함성이 돌아왔다.

지난 24일 밤 미국 버지니아주 라우든카운티 스털링의 한 맥주공장 시음장은 11월6일 중간선거에서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를 키우려는 민주당 후보들과 지지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웩스턴 후보(현 버지니아 주상원의원)와 상원 재선을 노리는 팀 케인 의원이 지지자들과 ‘투표하러 가자’(Go Out The Vote)라는 행사를 열고 승리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세 자녀와 아내를 동반한 케빈 그린리프는 기자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인종주의적으로 대하며 나라를 분열시켰다. 부자를 위한 감세를 하는 등 너무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며 “민주당이 의회에서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케인 의원은 기자에게 “버지니아주 유권자 등록과 조기 투표율이 다른 주들보다 높다. 민주당에 매우 유리한 신호다. 우리가 이길 거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버지니아주 연방 하원 제10선거구로, 3선을 노리는 공화당의 현직 바버라 콤스톡 의원과 도전자인 민주당의 웩스턴 후보가 ‘여성 대 여성’ 대결을 펼치는 곳이다. 워싱턴과 인접한 버지니아주 북부가 갈수록 ‘민주당 밭’으로 변하는 가운데, 이 선거구는 1981년부터 37년간 공화당이 장악해왔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웩스턴 후보가 콤스톡 후보에게 13%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이곳을 ‘스윙 선거구’로 꼽으며 민주당 바람이 ‘트럼프 독주’를 막아낼지 주목하고 있다.

이 선거구는 ‘트럼프냐, 아니냐’로 집약되는 중간선거의 양상이 도시 근교 지역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농촌과 달리 이곳은 반트럼프 정서가 강하다. 웩스턴 후보는 상대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을 일체화하는 전술을 쓴다. 그는 광고에서 콤스톡 후보를 “바버라 트럼프스톡”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자에게 “콤스톡은 트럼프 법안 98%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콤스톡 후보는 이를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28일 오전 페어팩스카운티 센터빌의 한인교회를 방문해 인사를 나눈 뒤 기자와 만나 “웩스턴 후보가 말하는 법안의 82%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통과시킨 것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정부 폐쇄 반대나 참전용사 지원 확대 등의 법안”이라며 “웩스턴 후보는 나랑 경쟁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공격만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하면 나는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변수로 꼽히는 ‘분노한 여성’의 표심도 이 선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24일 밤 민주당 행사장에는 참석자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었다. 여성인 레슬리 에머리는 “다른 어느 공화당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며 “여성들이 한걸음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 과정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비하 언행 때문에 “여성들이 열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8일 만난 콤스톡 후보는 “나는 직장 내 성희롱 금지 강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해왔다”며 “중도적 여성들은 이런 점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35석(전체 100석), 주지사 36명(전체 50명)을 뽑는다. 여론조사 및 선거 예측 기관들은 대체로 상원(현 공화 51석, 민주 49석)과 하원(현 공화 236석, 민주당 193석, 공석 6석)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현 구조가 이번 선거에서 ‘상원은 공화, 하원은 민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28일 현재 하원 의석을 ‘민주 215, 경합 21, 공화 199’로 예상했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터진 연쇄 폭발물 소포 사건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총기 난사 사건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특히 폭발물 용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것으로 밝혀져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 대결 구도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과 증오를 퍼뜨렸다며 기세를 올리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합’을 강조하고 ‘가짜 뉴스’ 탓을 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이번주 피츠버그 참사 추모가 이어지면서 총기 규제 목소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포스트>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카라반 행렬을 이용해)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미칠 해악을 강조하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그보다 더 큰 국가적 안보 위협을 가하는 우파 극단주의를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선거운동 현장에서도 ‘민주당 공세, 공화당 수세’의 분위기가 읽힌다. 버지니아주 10선거구의 웩스턴 후보는 콤스톡 후보를 향해 “미국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는 사람”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콤스톡 후보는 “나는 의회에서 총기 구매자의 백그라운드(배경) 확인을 강화하고 총기 범죄를 다루는 경찰력을 강화하는 등의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반박했다. 콤스톡 후보 쪽 관계자는 “최근 사건들은 공화당에 유리한 이슈는 아니다”라면서도 “결국 양당 중 어느 쪽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