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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번엔 반유대 총격…미 중간선거 흔드는 트럼프발 ‘혐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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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난사…11명 숨지고 6명 부상

트럼프 말폭탄이 부메랑으로…공화당 선거 돌발 악재

‘폭발물 소포 발송’ 트럼프 지지자 체포 이어 파장 일 듯



경향신문

한 남성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총격 사건 이후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 사건으로 1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츠버그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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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6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돌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정치적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열성 지지자의 폭발물 소포 테러 사건에 이어 2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유대인 혐오자의 총격 사건으로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경찰 4명을 포함해 6명이 부상당했다. 총격범은 피츠버그 주민인 로버트 바우어스(46)로 경찰과 대치하다 총상을 입고 체포됐다. 목격자들은 “총격범이 유대인을 비난하는 말을 계속 떠들면서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바우어스는 총기 살인 등 각종 범죄혐의로 29차례 기소된 전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규제와는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대중행사와 일리노이주 지원유세로 향하는 과정에서 “사악한 반유대주의 공격”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고 현장인 피츠버그를 조만간 방문하겠다고 밝혔으며, 31일까지 공공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등 애도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이 불러일으킨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발언, 민주당과 언론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2일부터 사흘간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12명의 민주당 인사들에게 폭발물이 든 소포가 잇따라 발송됐다. 26일 체포된 용의자 시저 세이약(56)은 등록된 공화당원이자 차량에 트럼프 스티커를 도배하고 다닌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야당을 향한 정치적 테러로 규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치가 원인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당 측은 특히 온건한 무당파 유권자들을 트럼프 심판 대열에 합류시킬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략가 브래드 배넌은 의회전문매체 더힐에서 “온건 성향의 중산층 무당파는 혼란이 아닌 변화를 원했다”면서 “국민은 불안하게 되면 집권당에 반대표를 던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정치가 여당인 공화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대규모 이민행렬 ‘캐러밴’ 문제를 부각시키며 선거를 친이민 민주당 대 반이민 공화당의 구도로 몰아갔다. 그는 지난 18일에는 “민주당과 그 동맹이 캐러밴을 후원하고 있다”며 민주당 배후론을 제기했고, 22일에는 “범죄자와 알 수 없는 중동인들이 섞여 있다”면서 테러 위협까지 시사했다. 언론들은 유대교 회당 총격범 바우어스가 소셜미디어에 유대인들이 캐러밴을 도왔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공격에 맞서 통합을 강조하며 사건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가짜뉴스’ 프레임을 동원해 민주당의 공격을 역으로 지지층 결집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제기된 성폭행 미수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공화당 지지층 결집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박효재 기자 mann616@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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