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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다시 결집하는 `샤이트럼프`…美중간선거 판세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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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트럼프만 보이는 선거다."

워싱턴포스트 정치전문기자인 댄 발츠는 21일(현지시간) 칼럼에서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레이스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사유화하고 있다"며 "어떤 대통령도 이렇게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조지아주, 몬태나주, 애리조나주, 네바다주를 잇따라 방문하느라 워싱턴을 장시간 비웠다. 정력적 지원 유세는 2016년 대통령 선거 때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쟁점을 단순화하면서 이미지 대결로 몰고 가는 전략도 복사판이다. 특히 선거를 2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민주당 승리가 당연시됐던 선거에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5석,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선출한다. 현재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특히 하원 선거의 경우 역사적으로 대통령 지지율과 연관성이 강하고, 집권당 의석수가 줄어든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확률이 70%를 상회하고 있다. 과반수(218석)를 훌쩍 넘어 235석가량을 차지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왔었다.

반면 상원은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구 35곳 가운데 26곳에서 민주당이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주지사 선거가 열리는 36개주의 경우 선거전문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이 20곳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공화당 우위 지역 가운데 조지아, 네바다 등 5곳은 오차 범위 이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이들 지역을 돌며 긴급 지원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하고 있는 점이 선거 막판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날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하트리서치협회에 의뢰해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고치인 47%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900명을 대상으로 이달 14~17일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3.27%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같은 기관 조사에서 4월 39%까지 떨어졌으나 8월 46%까지 회복했다가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스캔들로 44%로 다시 낮아졌다. 그러나 중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상승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율도 함께 낮아져 올 들어 처음 50% 아래로 내려왔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를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현지 언론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하원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의석 차를 최소화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추격의 가장 큰 원동력은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백인 유권자의 응집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겐 지난 대선에서 '샤이 트럼프(shy Trump)'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노골적인 트럼프 지지층과는 달리 정치 무관심층으로 보이지만 투표장으로 조용히 향하는 백인 유권자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보통 중간선거 투표율은 대통령 선거보다 15~20%포인트 낮은 편이다. 따라서 지지층의 응집력이 대선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번엔 투표율이 40%대 초반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4년 전 중간선거 때는 37%에 불과했다.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 투표율은 16%에 그쳤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 문제가 선거 막판 재등장하면서 히스패닉 유권자 표심도 변수가 됐다. 히스패닉 유권자는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며 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공화당에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초접전 지역인 뉴멕시코, 애리조나, 네바다 등 이른바 '배틀 그라운드'에서 민주당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투표를 얼마나 이끌어낼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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