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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르포] '광주의 대치동' 봉선동 집값도 관망세로 전환…9·13 대책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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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점 찍었다는 평가 속에서 매매 결과에 따라 호가 상승 중

불안한 마음에 매매보다는 전셋집 선택하기도

광주 CBS 박요진 기자

노컷뉴스

광주시 남구 봉선동과 함께 올해 들어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 한 아파트 상가에 부동산이 입주해 있다(사진=광주 CBS 박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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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는 쉬워도 떨어지기는 쉽지 않죠"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며 광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광주 남구 봉선동의 부동산 매매가 관망세로 돌아섰다. 광주시 남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50대 이모씨는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 거래 계약 체결이 1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2억 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20평대 아파트가 최근 4억 원 후반대까지 오르면서 아파트를 사고파는 사람 모두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9·13 대책 이전만 하더라도 매일 같이 부동산을 찾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추석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며 "봉선동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거래량은 더 줄었다"고 말했다.

남구의 또 다른 부동산에서 일하는 40대 박모씨는 "남구 5~6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무섭게 올랐다"며 "현재는 간간이 이뤄지는 계약에 따라 아파트 보유자들이 호가를 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매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매수자들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세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학교 입학을 앞둔 30대 후반이나 40대들은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어하지만 집값이 갑작스럽게 오른 상황에서 매매보다는 안전한 전세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말 4억 5000만 원 수준이었던 남구 봉선동 한 33평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 9월 6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현재 최고 7억 5000원에 육박하는 매매 호가나 나오고 있어 실거래액과 6000만 원까지 차이 나는 상황이다. 봉선동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4억원대였던 30평대 아파트가 9억원까지 호가가 나오기도 했다. 봉선동의 한 60평대 아파트는 호가가 15억원 이상을 상회하면서 수도권의 왠만한 아파트 가격과 별 차이가 나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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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광주CBS 박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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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면서 부동산 중개인들 역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보통 계약에서 잔금 처리까지 한 달에서 두 달 가까이 걸리는데 그 사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매매자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값이 크게 오르면 중개인 등 부동산 관계자들도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오르면서 집을 사고파는 양쪽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광주시 광산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50대 김모씨는 10월 들어 단 한 건의 매매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대개 10월은 아이들의 새 학기 입학을 앞두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 시기지만 지난 2017년 말부터 이어진 집값 상승과 문재인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값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집 보유자들의 기대 속에 실제 거래되는 가격보다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5000만 원까지 높게 호가를 부르고 있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 김씨는 "실제 계약 바로 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지만 9·13 대책의 영향으로 대출이 안돼 취소한 적이 있다"며 "1년 가까이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실제 계약 건수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김씨의 부동산을 찾은 최모(54·여)씨는 6년 가까이 수완지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최씨는 아파트를 내놓은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씨가 자신의 집을 팔고 싶은 가격은 최근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가 거래된 가격보다 2500만 원이 더 비싸다. 최씨는 "아이들이 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굳이 학군이 좋은 곳에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집을 내놓았다"며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매수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사는 아파트 거래가는 최근 6개월 새 5억 1000만 원에서 6억 5000만 원까지 약 30%가 올랐다.

9·13 대책 이후 광주지역의 급격한 집값 인상은 진정되고 관망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당분간 큰 폭의 집값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랑방 부동산 최현웅 팀장은 "집을 판매하고 싶은 가격 이른바 호가는 오르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2018년 2분기와 3분기에 봉선동과 수완지구를 중심으로 최고 두 배 가까이 집값이 이미 오른 상황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광주에 신규 입주 아파트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학군 등 입지 조건이 좋은 봉선동 등 인기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집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분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을 뛰어넘는 큰 폭의 광주 집값 상승을 두고 대규모의 재개발단지 등에 분양권을 사들여 최고 수억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불로소득을 챙기는 이른바 '분양꾼들'이 집값 인상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기준으로 기준 아파트에 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면서 광주 지역 주요 아파트 가격을 인상시킨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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