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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소설로 돌아온 광고인 김홍탁…"세상의 가면 벗겨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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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 강탈' 누명 벗고 소설집 발간…"허상이 덮은 세상 보여주고 싶어"

연합뉴스

김홍탁 교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잘나가는 광고인이었던 김홍탁(57)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객원교수가 지난 6월 소설집 '지도가 지구를 덮은 날'을 출간했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후 두문불출하며 보낸 2년의 결과물이다.

그에게 2015년은 회한의 시기였다. 그해 2월 업계 후배인 차은택(49) 광고감독의 권유로 광고회사인 모스코스의 대표를 맡은 게 화근이었다. 그가 받은 제의는 작지만 강한 디지털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전부였다. 3월 5일 차씨의 요청에 따라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던 광고회사 포레카의 김영수 대표와 포레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광고회사 컴투게더의 한상규 대표를 만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뒤늦게 알게 됐지만 포레카 인수를 위한 협상자리로 알았던 이날의 만남은 일면식도 없던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차씨가 꼼꼼하게 짜놓은 '덫'이었다. 모스코스의 실질적 경영자였던 차씨는 포레카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광고수입 통로를 만들려고 했다. 이 때문에 포레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컴투게더 한 대표와 컨소시엄을 통해 포레카를 인수하려 했다. 전면에 나설 수 없었던 차씨는 자신을 대신해 포레카 인수를 맡을 대타가 필요했다.

신생회사인 모스코스가 컴투게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이는 기획이 필요했다. 당시 광고업계에 영향력이 지대했던 김 교수에게 차씨가 접근한 이유였다.

이듬해 겨울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3월 5일 만남'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 김 교수는 자신이 최씨와 차씨에게 어떻게 이용됐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교수가 알게 된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컴투게더와의 컨소시엄 구성에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한 사실까지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론은 분노했고, 검찰 수사는 매서웠다. 순식간에 강요미수의 피의자 신분이 된 김 교수는 이때의 경험을 '카오스적 경험'이었다고 회상한다.

2017년 11월 1심 재판부가 함께 기소된 공범 중 유일하게 김 교수에 대해서만 '범행을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올 5월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이후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에 제출된 각종 증거와 증언은 김 교수의 무고함을 뒷받침했다. 재판을 지켜본 한 언론 관계자는 "눈을 씻고 봐도 김 교수가 무슨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무죄 확정 후 김 교수는 언론과 검찰이 만들어 낸 왜곡된 진실로 덮인 세상의 가면을 벗겨내고 싶었다. 그가 '김이박'이라는 필명으로 '지도가 지구를 덮은 날'을 펴낸 이유다. 김 교수는 "지구의 모습을 알기 위해 가상으로 만들어진 지도가 지구를 덮어버리는 상황, 즉 허상이 실상을 덮어버린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출간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사진제공=김홍탁]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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