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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노사 샅바 싸움만 반복…37년 묵은 최저임금 개편 목소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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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인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 결사반대!!″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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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최저임금 심의가 법정 기한(27일)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사·정 합의체라고 하지만 좀처럼 노사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시간이 지연되는 데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중재안의 경우 매번 계산 산식이 달라져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최임위는 제5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확대적용을,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법정 기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정작 인상률 논의는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37차례 심의 중 법정 기한 지킨 건 9차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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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노사가 소모적인 샅바 싸움을 하는 건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지난해엔 노사가 법정 기한(6월 29일)을 일주일 앞두고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고, 결국 기한을 20여일 넘긴 7월 19일에야 최종 확정이 됐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총 37차례의 심의 가운데 법정 기한을 지킨 건 단 9차례뿐이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37차례 중 표결이 아닌 합의로 결정된 건 7번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30년이 훌쩍 넘은 제도를 고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최저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이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매년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며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80년대에 해당 제도를 만들 때는 노사 관계가 안정돼 있을 때라 합의가 원만할 거라고 보고 일본을 벤치마킹했다”라며 “지금은 노사 갈등이 극심해 이전과 같이 노사 합의에 의지한다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터…산식 매번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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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정부 측 대표인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중재안을 가지고 투표를 한다.

여기서 맹점이 하나 더 있다. 공익위원들이 내놓는 산식은 임시 산식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산방법이 없어 인상률이 널뛰듯 달라진다는 점이다.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만 적시돼 있다.

예컨대 2019년엔 ▶임금인상 전망치 ▶소득분배개선분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분 ▶협상배려분 등을 종합해 결정됐지만, 2021년엔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근로자 생계비 개선분이 반영됐다. 그러다 2022·2023년도엔 ▶경제성장률 전망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가 반영됐다. “원하는 숫자를 정해놓고 각종 지표를 짜 맞추기 하는 식으로 간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산식 기준 정비해 투명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된 전문가 그룹에서 낸 보고서를 기반으로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영국과 프랑스 모델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한국도 전문가 중심으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고,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억제하며, 시장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산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추계하듯 정부가 고도화된 표준안을 제시한 뒤 노동자와 사용자가 이를 두고 협상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라며 “기한 내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시한 표준안을 채택하게 해 원활한 협상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합의된 공식이 필요하다”면서도 “노사 간 협의 과정이 배제돼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 명예교수는 “지금은 산식이 매번 바뀌니 엿가락처럼 숫자가 늘었다 줄었다 하기 일쑤인데 합의된 공식이 있다면 노사 간 합의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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