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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국가 중요시설이 겨우 풍등에 폭발? 원인은 “방재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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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찰 “저유소 화재 외국인노동자 띄운 풍등 불씨 탓”

송유관공사, 화재 18분간 모르고 유증기 회수도 안해

전문가들 “개인에 책임 전가말고 안전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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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폭발 화재가 외부에서 날아든 풍등의 불씨 때문에 발생했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의 근본 원인은 국가의 중요시설에 방재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감시도 소홀히 한 대한송유관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 경찰 “풍등 불씨가 폭발화재 원인”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은 9일 오전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저유소 화재사건 브리핑에서 “불이 붙은 풍등(지름 40㎝, 높이 60㎝)을 날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저장탱크에 불이 나도록 한 혐의(중실화)로 외국인노동자 ㅂ(27·스리랑카)씨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강 서장은 “피의자가 당일 산 위로 올라가 풍등을 날렸고, 풍등이 날아가자 쫓아가다가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ㅂ씨는 7일 오전 10시32분께 서울~문산 고속도로 고양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렸다. ㅂ씨가 날린 풍등은 공사장에서 300m를 날아간 뒤 추락했으며, 저유소 탱크 인근 잔디에서 오전 10시36분께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폭발은 18분 뒤인 오전 10시54분께 일어났다. 이 풍등은 지난 6일 오후 8시께 인근 서정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아버지 캠프’ 행사 때 날린 풍등 80개 가운데 공사 현장까지 날아온 풍등 2개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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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관공사 시설 미비·감시 태만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쪽은 저유소 탱크 주변에 풍등이 떨어져 잔디밭에 불이 붙은 뒤 탱크가 폭발하기까지 18분 동안 화재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송유관공사에는 직원 6명이 근무중이었고, 관제실에는 고정식·이동식으로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20초 단위로 영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6명의 송유관공사 직원들은 폐회로텔레비전에도 당연히 찍혔을 화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폐회로텔레비전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송유관공사는 또 위험시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않고 있었다. 저유소의 안전을 위해서는 탱크 안에 생기는 유증기를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유증기 회수 장치’가 필요하지만 공사는 이를 설치하지 않았다. (▶ 관련기사 : “풍등 날리다 화재”…고양 저유소 실화 혐의 스리랑카인 체포) 고양 저유소엔 유증기 회수 장치가 없이 유증기 환기구만 있어 외부에서 발생한 불씨가 환기구를 타고 탱크로 옮겨붙을 수 있었다. 이밖에 탱크 주변에 화재 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점이나, 탱크 주변에 불에 취약한 잔디밭을 조성한 것도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꼽힌다. 탱크 지붕에 설치된 포소화설비(거품으로 산소를 차단해 불을 끄는 장비)조차 폭발로 지붕이 훼손된 바람에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8일 현장감식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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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송유관공사 책임 크다” 전문가들은 인화성, 폭발성이 강한 저유소에 화재 예방 시설을 적절히 갖추지 않은 송유관공사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소방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소방 전문가는 “저유소와 같은 시설엔 유증기 회수 장치나 화재 감지기 등 사전 예방 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이번에 폐회로텔레비전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시설을 잘 갖춰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직 소방서장인 박종행(62)씨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가을철엔 풍등이나 폭죽이 예상치 못하게 불을 낼 수 있다. 이런 인화성 제품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만 김경욱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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