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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줌인]643兆 국민 노후자금 운전자…'15개월 공백' 단숨에 메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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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대통령' 15개월 만에 새 사령탑

업계 안팎에서는 환영…"운용에 잔뼈 굵어"

내부살림부터 수습…올해만 20여명 사표

대체투자 등 집행으로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이데일리

▲안효준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할 일이 너무 많다. 8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국내주식 투자수익률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전주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직이 심한 기금운용역들의 퇴사를 막는 등 내부 조직도 서둘러 추슬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안착시켜야 하고 해외투자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자산배분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지난 8일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한 안효준 국민연금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어깨에 올려진 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643조라는 대규모 자금 투자를 총괄해야 하는 ‘자본시장 대통령’이 1년 3개월 만에 결정된 것이니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해 보인다. 여기에 CIO가 최종 선임되기까지 청와대 개입설, 코드 인사 논란, 재공모 등 끝없는 잡음을 내면서 이슈메이커가 된 것도 관심이 커진 이유다. 다만 이러한 전국민적 관심에는 예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배어 있다.

◇전문성 갖춘 CIO…15개월 만에 새 사령탑

금융투자업계가 안 본부장을 반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바로 전문성이 있는 CIO란 점. 과거 국민연금 CIO들은 정부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선임되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자산운용 경력이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안 본부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 경험이 풍부하고 국민연금 운용본부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한 연기금 CIO는 “그간 내정설이 돌았던 인물 가운데 안 본부장이 가장 적합하고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안 본부장은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을뿐더러 해외 투자 경험도 풍부하다”며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직도 이끌어 봤기 때문에 현재 국민연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1988년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서울증권 뉴욕사무소장, 대우증권 홍콩법인 주식운용팀장 등을 역임했다. 국민연금에서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을 맡은 경험도 있다. 시카고 카길과 호주 ANZ펀드운용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고 교보악사자산운용과 BNK투자증권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BNK금융지주 그룹글로벌총괄 사장은 작년부터 맡았다. 해외투자 비중을 현재 19%에서 30%까지 확대하기로 한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계획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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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추스리고, 수익률 높여야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금운용본부 내부조직을 추스르는 일이다. 지난해 2월 전주로 이전하면서 인력 이탈을 막지 못한 기금운용본부는 고질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운용역 정원은 총 278명이지만 실제 운용역 수는 240여 명에 불과하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국민연금 운용역은 246명이었으나 3개월 새 기금운용본부서 5~6명이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입사자보다 떠나는 인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에 72명, 2016년에 53명, 2017년에 26명 등을 신규로 채용했지만 2015년에 10명이 나갔고 2016년에 30명, 2017년에도 27명이 기금운용본부를 이탈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상반기에 38명 운용역을 모집했으나 최종적으로는 20명 채용에 그쳤다. 반면 올해 퇴사자는 20명을 넘어섰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국민연금이 34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는 하나 최종 선발인원이 몇 명일 지 미지수”라며 “그 사이 퇴사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도 공석이라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이 겸임하고 있다. 결국 안 본부장은 부임하자마자 실무인력 공백부터 수습해야 한다. 한 연기금 CIO는 “내부적으로 와해된 운용본부 빈자리부터 메우는 게 우선”이라며 “내부 직원들이 안정감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 본인도 조직의 안정을 가장 먼저해야 할 업무로 꼽았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수선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 분위기부터 살리겠다”며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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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CIO 부재 탓에 막혔던 투자도 시급히 집행해야 한다. 대체투자의 경우 직무대행 체제로는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어 집행률이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1~6월 국민연금이 집행한 대체투자 금액은 1251억원. 애초 국민연금이 계획한 2조4772억원과는 상당한 갭이 발생한다. 한 운용사 대표는 “대체투자는 통상적으로 1000억원 이상 투자를 하기 때문에 총괄 책임자 없는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안 본부장은 해외 대체투자부터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관리에 가장 비상이 걸린 것은 국내주식부문이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올해 7월 말 기준 대체투자 5.29%, 채권 1.57%를 기록한 반면 주식은 0.08%다. 이마저도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은 6.11% 손실로 8조원 이상 까먹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도 본격적으로 시행해 시장에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연기금 CIO는 “안 본부장이 복지부와 국민연금 이사장 등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적인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며 “투자전략적인 부분은 정해진 시스템을 통해 돌아가겠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정책은 CIO 철학이 어느 정도 고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위탁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가점 등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인 논의를 펼쳐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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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복지부(단위 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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