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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아베, ‘김대중-오부치 선언’ 20돌 행사 ‘과거’ 미루고 ‘미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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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베 총리 “미래지향적 일한 관계 발전 위해 노력”

고무라 자민당 부총재 “과거 과도한 초점 돼서는 안돼”

일본 쪽 참석자들 과거사 직시보다는 미래 주로 강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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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한-일 관계 ‘황금기’의 초석을 놓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파트너십 선언) 20돌을 맞아 9일 도쿄에서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예상대로 파트너십 선언에 담긴 ‘과거 직시’의 정신보다 ‘미래 지향적 관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아베 총리는 심포지엄 인사말에서 “일-한 양국은 이웃 국가이기에 여러 어려운 과제가 있다. 파트너십 선언이 발표됐을 때 나는 젊은 의원으로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쪽이었다”며 “하지만 이런 여론과 압력을 극복하고 최고 지도자들이 결단했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이 되었고 전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한 양국 젊은이들의 상호 교류를 통해서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 일-한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트너십 선언은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발표한 선언이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1995년 8월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을 이어받아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며 사죄”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이 “평화헌법 아래 전수방위 및 비핵 3원칙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수행해온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파트너십 선언이 가능했던 두 축은 일본의 겸허한 ‘역사 인식’과 전후 일본의 부흥을 이끈 ‘평화헌법’이었던 셈이다.

파트너십 선언엔 양국 간 문화 교류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이후 영화 <러브레터> 등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개방되기 시작했고, 한국 대중문화도 일본에 진출해 2000년대 화려한 ‘한류’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2015년 8월 ‘아베 담화’에서 일본이 더 이상 과거사와 관련해 사죄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일본의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파트너십 선언의 두 축이 무너져내린 셈이다.

1998년 당시 외무상이었던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전 부총재도 ‘역사 직시’엔 눈을 감은 채 협력 강화만 강조했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과거 문제가 과도하게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무라 전 부총재는 이어 일본 정부가 이전엔 “특정 국가에 대해서 문서로 사과한 전례가 없었다. 당시 일본 내에서 반대 여론이 강했지만 오부치 총리가 문서로 사죄한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파트너십 선언 작성 과정 때 ‘한번이라도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문서로 사과하라. 사과하면 그 이후로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또, “파트너십 선언 당일 김대중 대통령이 (오부치 총리에게) ‘앞으로 한국 정부는 과거 역사 문제에 대해서 건드리지 않겠다. 언론의 자유는 있지만 한국 정부와 여당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한-일 양국은 과거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 관계로서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혜롭게 관리해나가며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전망은 암담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12·28 합의의 결과물인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방침을 시사했다.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조만간 내릴 판결도 한-일 관계와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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