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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쟁 역사에서도 유례없는 규모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피로감이 상당하다."
세계적 수준의 벤처캐피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 요즈마그룹의 이갈 에를리흐 회장이 이스라엘의 중동전쟁 1년에 대해 이같이 술회했다. 그는 추가적인 확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며 조속한 중동 평화를 기원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과 함께 총 네 차례 중동전쟁을 치렀지만 짧게는 6일, 길어도 10개월 만에 휴전·종전에 합의한 바 있다. 사실상 제5차 중동전쟁에 가까운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쟁 1년을 기해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인터뷰한 에를리흐 회장은 먼저 피란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대규모 테러 이후 "1년째 북부 주민 10만여 명이 피란생활을 하고 1만5000여 명의 아이들이 남부로 피해 수업을 받는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전쟁 장기화로 심리적·사회적 피로감이 크다"며 "북부 접경 지역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전쟁은 친이란계 무장단체들인 '저항의 축' 소속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이라크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이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참전하면서 장기화됐다. 이제 레바논 헤즈볼라와 지상 전면전으로 이어지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에를리흐 회장은 전쟁 1년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 헤즈볼라로 전쟁이 확대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더 커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달에도 헤즈볼라 공격이 계속되며 매일같이 공습경보가 울리고, 주민들은 반복적으로 대피소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군이 대응 공격을 하고 있지만,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의 지속 공격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지만 분쟁이 심화되면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며 "정부도 가능한 한 경제활동과 공공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계속된 폭격과 대피생활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불특정 다수를 공격한 무선호출기(삐삐) 폭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무선호출기 폭탄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고, 일부는 대응이 적절했다고 보지만 다른 쪽에서는 과도한 폭격이었다는 평가도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 이스라엘 주민들은 이런 군사 조치가 필수라고 생각하며, 셀 수 없는 미사일과 로켓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라면서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보다는 생존과 방어를 위한 조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자칫 일방적인 공격으로 보일 수 있는 대규모 레바논 공습과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제거 등에도 이스라엘 현실은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대응 공습을 강화했지만,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 하마스의 공격이 지속되며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면서 "정부가 북부 지역 주민 복귀를 선언했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복귀 강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고, 주민들의 생활 조건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이 휴전보다는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에를리흐 회장은 "초기에는 휴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다시 전쟁이 격해지고 있다"며 "이스라엘군 반격의 핵심 목적은 장기간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당분간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1992년 벤처캐피털 요즈마그룹을 창업했으며, 미국 나스닥에만 벤처기업 20개 이상을 상장시킨 이스라엘 벤처의 아버지로 불린다. 요즈마그룹 설립 이전에는 9년간 이스라엘 정부 수석과학관(장관급)으로 활약했다.
그는 "전면적 휴전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하루빨리 중동에 평화가 오기를 기도한다"면서 "한국에도 중동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진영태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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