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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커지는 '판빙빙 후폭풍'...이어지는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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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빙빙 탈세 폭로자, 당국 무법 조사 폭로…"상하이 경찰도 영화 ‘대폭격’ 사기에 참여"
투자 기피로 중국 영화산업 올스톱 위기...100여개 中 영화사 조세피난처 등록 취소 신청

"영화 ‘대폭격’이란 ‘대사기’ 에 상하이 경찰도 참여했다."

중국 톱 여배우 판빙빙(范冰冰)의 대폭격 이중계약서 등을 통한 탈세를 폭로한 추이용위안(崔永元) 전 중국 관영 CC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지난 7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린 글의 일부다.

추이의 지난 5월 폭로 이후 공개석상에 사라졌던 판빙빙은 탈세로 8억 8394만위안(약 1431억원)의 세금과 벌금 등을 추징당하게 됐다는 당국의 발표문이 나온 지난 3일 반성문을 웨이보에 올렸다. 이로써 120여일간 출국금지설 망명설 연금설 등 온갖 추측을 낳았던 판빙빙 실종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추이의 연이은 폭로는 판빙빙 사건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또 판빙빙이 거액의 벌금과 세금 등을 이틀만에 현금으로 완납했다는 설과 보유 아파트 40여채를 급매물로 내놓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내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훠얼궈스에서 6월 이후에만 100여개 영화사가 등록 취소를 신청했다고 관영 매체가 보도하는 등 중국 영화산업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상하이 경찰이 폭로자 옛 비서까지 철야조사"

조선일보

판빙빙 탈세를 폭로한 중국 전 CC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추이용위안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상하이 경찰 연루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추이용위안 웨이보


추이는 판빙빙의 탈세 처벌이 공식 확인된 지난 3일 1시간도 안돼 웨이보에 ‘대폭격’이 ‘대사기’임이 증명됐다며 현재까지 사기에 참여한 사람중 한명이 처벌을 받았다고 짤막한 글을 올렸다.

추이는 나흘이 지난 7일 다소 긴 글을 통해 자신이 세무당국의 불법 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상하이 경찰에까지 직격탄을 날려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추이의 거침없는 폭로에 통제사회인 중국에서 뒷배가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이는 판빙빙 탈세폭로 이후 자신이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3번째 세무당국의 호출을 받아 조사받을 때는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은 2명이 2중계약서를 어디서 구했는지를 계속 물어 쓰레기통에서 주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추이는 이 2명이 경찰로 확인됐다며 신분이 불투명한 사람이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고 시민을 심문한 것은 위법으로 국가세무총국에 합리적인 해석을 요구했지만 세무당국은 지도부의 지시를 받겠다고만 하고 아직까지 별다른 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이는 이어 "그들의 세계에서 인간은 모두 흉악범이고, 그들이 법이어서 누구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상하이 공안이 자신이 참여한 모든 회사를 철저히 조사하고, 자신의 옛비서까지 철야조사를 했다고 주장한 추이는 그 이유가 영화 대폭격 때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사기에 예술계 뿐 아니라 상하이경찰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추이는 "그들이 과거 자기 앞에서 한병에 2만위안 되는 술을 마시고, 한보루에 1000위안 하는 담배를 피고, 수십만위안의 현금을 책가방에 넣어 가져갔다"고도 했다.

국가세무총국은 판빙빙의 탈세를 사전에 밝혀내지 못한 책임을 물어 전 장쑤성 우시(無錫)시 세무국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는 등 담당 세무 공무원들을 무더기로 문책했다고 밝혔지만 문책 대상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험이 사면팔방으로부터 왔다. 스스로에게 왜 그 좋은 패를 갖고 이렇게 만들었냐고 자문했다"는 그는 "어젯밤 천당에 계신 부친을 꿈에서 봤다. 부친이 3개자만 기억하라고 했다. 물러설 수 없다(不能退)"고 적었다.

♢ 할리우드 넘보던 중국 영화산업 겹치는 악재

조선일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한 판빙빙(왼쪽). 판빙빙이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세무서로 보이는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 /판빙빙 인스타그램, 트위터 feifei05256372 캡처


홍콩 영화산업 연합 회장인 텐키 틴 카이만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3개월 전 판빙빙이 사라진 시점부터 영화산업의 위축이 시작됐다"며 "최근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 제작도 대부분 중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SCMP는 영화계 내부 인사를 인용,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더욱 개입할 것이며, 이에 따라 투자가 축소돼 영화산업이 향후 2~3년간 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판빙빙 사건으로 영화계에서 이른바 2중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당국의 조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8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가세무총국은 연예 산업을 대상으로 한 '납세 질서 바로잡기 공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세무당국은 우선 올해 말까지 고소득 연예인들이 2016년 이후 납세 실적을 스스로 재검검해 누락된 세금이 있으면 '자진 납세'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최고 사법기구인 중앙정법위원회는 "판빙빙에 대한 처벌은 개인을 겨냥한 것이 아닌 그 배후의 난맥상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 당국이 연예계 전반의 탈세와 불법 행위 조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 영화산업은 한때 막강한 자본력으로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키우는 존재로 부상했다. 하지만 부채리스크 억제 대상으로 해외의 호텔 부동산 스포츠 등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투자가 지목된데다 판빙빙 사태로 중국의 소프트파워 육성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조선일보

2003년 판빙빙이 출연한 영화 휴대폰. 판빙빙의 탈세를 폭로한 추이용위안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2중적인 사생활하는 모습을 그렸다./바이두


추이가 판빙빙 탈세에 적극적인 이유는 과거 CCTV 시사프로그램 ‘진실을 말하라(實話實說)’의 진행자였기 때문은 아니다. 15년전 상영된 영화 ‘휴대폰(手機)’이 있다.

추이는 "판빙빙이 허징(和晶)과 자신을 해쳤다. 15년이 흘렀는데 잘못을 했다고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했다. 그의 좋은 친구 펑샤오강(馮小剛) 류전윈(劉震雲) 왕중후이(王中军) 왕중레이(王中磊)는 지금까지 회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펑샤오강이 감독을 맡고 류전윈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휴대폰에는 판빙빙이 추이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앵커의 2중적인 사생활 상대 파트너로 나온다. 추이융위안의 뒤를 이어 ‘진실을 말하라’ 프로그램을 진행한 허징과 추이융위안은 단순 동료관계라고 주장했지만 영화는 이 둘을 불륜 관계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지난 5월 펑 감독이 ‘휴대폰 2’를 만들기로 했다며 판빙빙을 또 출연시키기로 하면서 추이용위안의 복수심에 불을 붙였다. 왕중후이와 왕중레이 형제는 ‘휴대폰 2’를 제작하기로 한 영화사 화이브라더스의 공동 창업자다. 화이브라더스는 휴대폰1에도 참여했었다.

‘군자는 복수를 10년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君子復仇 十年不晩)는 말을 가슴에 새긴 추이는 판빙빙의 대폭격 출연료 탈세를 위한 2중 계약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추이는 판빙빙과 펑샤오강 등이 세무국, 공안국, 증권당국을 안다며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항일전쟁을 다루고 있는 대폭격은 할리우드 배우 멜 깁슨이 감독하고 브루스 윌리스와 송승헌, 판빙빙이 출연한다. 8월 17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7월 3일 영화 포스터에서 판빙빙 이름을 삭제했고, 개봉일을 10월 26일로 늦췄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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