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주도 113조원 2차 비전 펀드에 빈 살만 왕세자, 50조원 투자키로
2년 전 1차 비전 펀드 조성에 힘을 모았던 두 사람이 2차 펀드 조성으로 세계 IT(정보기술)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에 대한 장악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 시각) 손정의 사장이 1000억달러(약 113조3400억원) 규모로 계획 중인 2차 비전 펀드에 빈 살만 왕세자가 45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기존 투자했던 금액과 같은 규모를 신규 펀드에 더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사우디 국부 펀드가 1차 비전 펀드 투자 5개월 만에 20%가 넘는 수익률을 낸 것은 상상조차 못한 일"이라고 했다. 사우디 국부 펀드는 2016년 11월 조성된 1차 비전 펀드에 450억달러를 투자했었다.
두 사람이 이처럼 찰떡궁합인 것은 높은 수익률과 더불어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비전 펀드 투자를 통해 테크 기업의 세계적 맹주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그는 첫 비전 펀드 조성 당시 "1000억달러짜리 비전 펀드를 2년마다 새로 만들고 매년 500억달러 이상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 사장은 비전 펀드 설립 2년 만에 650억달러(약 73조6700억원)를 쏟아부어 유망 테크 기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 ARM을 인수했고, 우버(미국)·디디추싱(중국)·그랩(동남아)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세계 차량 공유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다졌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로봇·바이오 같은 미래 산업에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의 1등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투자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손 사장을 우군(友軍) 삼아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석유 산업 일변도에서 IT·바이오 같은 혁신 산업으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IT 업계에 사우디의 영향력을 키우는 한편 이 기업들을 사우디로 유치해 일자리도 만든다는 복안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작년 10월엔 신도시 네옴(Neom) 건설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그는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을 초청해 5000억달러(약 566조7000억원) 규모의 네옴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사우디를 관광·첨단 기술 연구·제조업 기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비전 펀드가 최근 2년간 미국 벤처 투자 업체 전체와 맞먹을 정도의 금액을 투자했다"며 "실리콘밸리가 이들의 영향력을 우려할 정도"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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