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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저소득층 일자리 줄고, 고소득층 소득 늘었다"…최저임금發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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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빈곤층 가구의 근로소득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 가구의 근로소득은 통계 작성 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인상된 이후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변화 양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서비스업과 일용·임시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반면, 관리·전문직 일자리 등이 많은 고소득층에서 오히려 임금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상위 20%와 소득 하위 20%간 소득 격차 등을 보여주는 소득불균형 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 임금소득을 늘려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소득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한국 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엇갈린 근로소득 추이…상위 20% 최대폭 증가, 하위 20% 최대폭 감소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2인이상·명목)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1만8000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13.3%)에 비해 감소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평가된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보다 12.9% 증가한 661만3600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만 놓고 보면 13.0%를 기록한 지난 2008년 1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데, 사상 최대치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고소득층 근로소득이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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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20%(1분위)와 소득 상위 20%(5분위)의 근로소득 증가율 추이



이 밖에 다른 분위의 근로소득은 각각 소득 하위 20~40%에 속하는 2분위는 전년대비 2.7% 감소한 165만4400원, 소득하위 40~60%인 3분위는 작년보다 0.7% 늘어난 258만9300원, 소득하위 60~80%인 4분위는 전년대비 4.0% 증가한 377만6900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 증가율은 소득 상위 계층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이 이번 가계동향 조사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의 취업자수 감소가 저소득층에서 커지고 있는 지점과 맞닿아있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용·임시직 취업자는 각각 12만4000명과 10만8000명 감소하며 9개월째 동반감소 흐름을 나타냈다. 직업 별 분류를 봐도, 임금 수준이 낮은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직은 전년 동월대비 21만9000명이 줄어들어 지난 2월 이후 6개월째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관리자·전문가는 지난달 전년대비 13만8000명 증가하며 지난 4월(19만8000명) 이후 1년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관리자·전문가는 지난 5월(12만2000명) 이후 석달 째 10만명 이상 증가폭을 나타내고 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소득 1,2분위는 취업자가 감소하는 반면, 소득수준이 높은 4,5분위의 경우 가구 내 취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소득 4,5분위 근로소득이 증가한 것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300인 이상 사업체 임금 총액 증가율이 지난 5월 4.4%로 발표됐는데, 그런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펼쳤는데, 소득불균형은 오히려 확대

저소득층에 해당되는 소득 1,2분위는 근로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취업시장 한파에 직격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의 고용시장 한파로 인해 소득 1,2위 분위의 전체소득은 전년대비 각각 7.6%와 2.1%씩 감소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소득 4분위와 5분위 소득은 전년대비 각각 4.9%와 10.3%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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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에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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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내수 위축 등으로 자영업·소상공인 경기가 악화되면서 중산층에 해당되는 소득 3분위 소득도 0.1% 감소하고 있다. 3분위의 경우 근로소득은 전년보다 0.7% 증가했으나, 사업소득이 작년 2분기보다 7.0%나 감소하면서 전체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3분위의 가구 사업소득 감소는 4분기 만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상영 과장은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활력 부진이 내수 부진으로, 서비스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고용시장과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에게 먼저 충격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한파, 자영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저소득층과 일부 중산층의 소득감소는 소득불균형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소득 상하위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배로 치솟으며 2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하고, 각종 저소득층 소득보전 대책을 발표했지만 소득불균형은 오히려 악화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1인 노인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 등이 저소득층의 취업자와 근로소득 감소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소득보전이 일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재정지출 확대만으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번 통계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소득불균형 완화는 기업이나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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