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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일)

최저임금 인하론에 숨은 '불편한 갑을 고리'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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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경총은 최저임금의 사실상 인하가 600만 자영업자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영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영‧고용 지원책은 언급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하의 혜택은 비정규직이 많고, 종사자가 49~300인 미만인 대기업 하청 중견기업에 가장 많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한국식 최저임금 하향 차등적용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왜곡된 경제학 두번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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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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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저임금 왜곡된 경제학 1편 '최저임금 인하론, 정말 자영업자 위한 걸까' 기사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주장을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을 사실상 인하해도 자영업 경영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자영업자는 20%에 불과하고, 고용 인원도 1명(40.1%)인 경우가 가장 많으며, 자영업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5인 미만 20.9%로 낮기 때문이다.

자영업의 경영을 개선하고, 고용을 늘려 자영업자의 장시간 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한국법제연구원은 2022년 10월 미국‧캐나다가 팬데믹 국면에서 시행했던 경영‧고용 연계 지원책인 급여보호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올해 일몰 예정인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제도도 자영업자 경영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영업체의 임차료 비중이 12.7%에 달하기 때문이다. 모두 경총이 언급하지 않은 방법들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어디일까. 종사자 300인 미만으로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회사들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를 보면 300인 이상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이 100이라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임금은 100 대비 44.1%로 가장 낮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은 67.2%, 300인 미만 사업장 정규직은 57.6%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업체 규모가 커지면 비정규직 비율이 낮아지지만, 종사자 30~99인, 100~299인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32.2%, 23.2%에 달한다(한국노동연구원 2022년 비정규직 노동통계). 공교롭게도 100~299인 사업장 대부분은 영업이익률이 낮고, 대기업 협력업체 수가 많은 중견기업이다.

통계청의 가장 최근 경제총조사(2020년)를 보면, 종사자 수가 50~99명인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5.20%로 가장 낮았고, 100~299명 기업은 6.0%로 두 번째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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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대기업과의 불리한 하도급 계약에 있다. 중견기업의 절반 이상인 51.1%가 대기업의 협력업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조사한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5480개 중견기업의 종사자 수는 2021년 기준 159.4명이었고, 이들의 영업이익은 2021년 53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1000억원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는 A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2015년 10.0%, 2017년엔 20%를 넘었지만, 2010년 5%였던 전속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2%대로 낮아졌고, 2017년에도 4%대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도 2013~2014년 원청 대기업 매출이 1조원 늘어날 때 하도급 계약을 맺은 중소‧중견기업(300인 미만) 매출은 3억원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원청 대기업의 총자산이 1조원 증가할 때 중소‧중견기업의 총자산은 1억원 증가했다. 매출이 증가하면 시장점유율이나 이익이 상승 또는 증가하고, 총자산이 증가하면 회사의 규모가 커지지만 중소‧중견기업은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조세연은 보고서에서 "대기업이 영업이익 증가분을 하도급 업체에 나누지 않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런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저임금을 사실상 인하해서 도울 수 있는 대상은 경총 주장과 달리 자영업자가 아닌 중견기업인데, 이렇게 중견기업을 도와주는 것보단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갑을관계'를 깨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어서다. 경총 등 재계 이익단체의 '최저임금 차등적용론'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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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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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는 이같은 최저임금 차등적용론을 정면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6월 21일 공개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또 다른 최저임금의 설정은 가능한가?' 보고서는 "현행 법규정 및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더 낮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한계가 있다"며 "과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유예를 점차 없애 동일 최저임금을 적용한 과정을 볼 때, 이를 사실상 역행해 노동생산성이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정부와 재계가 주장하는 하향식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정말 글로벌 스탠다드일까.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독일·호주·일본에서는 "공통적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이 법정 단일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차등적용의 목적은 최저임금을 내리는 게 아니라 올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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