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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왜냐면]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평화의 성화를 밝힌다 / 김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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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대사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이어 2018 아시아경기대회가 평화와 우정의 축제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이번 주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 두 도시에서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제전이 그 성대한 막을 올리게 된다.

개최 도시들은 마지막 단장을 마치고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회 마스코트 빈빈(극락조), 카카(코뿔소), 아퉁(사슴)이 환한 웃음으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을 알리고 있다. 주경기장인 글로라 붕카르노 주경기장도 56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장으로서 그 위엄을 다시 뽐내고 있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아시아경기대회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 차림으로 길거리 홍보에 직접 나섰다. 1962년 대회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두번째로 개최하는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는 ‘아시아의 에너지'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인도네시아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남북한은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진출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남북한 선수단은 대회 개막식과 폐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고, 여자농구, 카누 드래곤보트, 조정 세 종목에 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된다. 한반도에서 싹트고 있는 평화의 기운이 5300여㎞나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 활활 타오르게 된 것이다. 지난겨울 차디찬 평창의 바람을 뜨겁게 달구었던 “원 코리아”(One Korea)의 함성은 이제 곧 자카르타와 팔렘방의 후덥지근한 열기를 잊게 만드는 시원하고 통쾌한 울림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번 아시아경기대회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라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필자와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를 대통령궁으로 초대하여 남북한의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진출을 축하하고 개막식에 남북한 정상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7월 중 남북한 정상 앞으로 공식 초청장이 준비되었으며, 초청장 전달을 위한 대통령 특사들의 남북한 방문도 이루어졌다. 인도네시아 언론도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해 남북한이 함께 발신할 평화 메시지에 대한 기대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경기대회 최고위급 외빈으로 우리 국무총리가 8월18일 대회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열정도 뜨겁다. 지난 8월5일 자카르타에서는 한인회 주최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남북한 단일팀 참가를 환영하고 아시아경기대회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한인사회가 십시일반으로 준비한 “평화의 퍼레이드”가 개최된 것이다.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나온 꼬마 참가자부터 수십년 전 인도네시아에 정착하여 한인사회의 기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원로들까지, 모든 참가자의 얼굴에는 한반도 평화를 열망하는 기쁨과 자부심이 가득하였다. 인도네시아인과 한인 참가자들이 함께 손잡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외치는 모습은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의 의미를 다시금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주 토요일, 개막식장에 모인 모든 관중과 선수들은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아시아경기대회가 스포츠의 제전을 넘어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우뚝 솟아오르는 감동의 순간을 벅찬 가슴으로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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