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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평화의 소녀상’에 “한일 입장 병기”한다는 이탈리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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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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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시장이 소녀상 비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측 반론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각)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시장은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청에서 일본 교도통신과 만나 소녀상 비문에 일본 정부 측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문구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인권 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시장은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일본 정부 측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으며, 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며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한 비문을 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22일 열리는 소녀상 제막식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이 소녀상은 일본군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가 지난 1월 스틴티노 시청에 기부해 현지에 설치됐다. 위안부 문제를 접한 스틴티노 시민 로사 마리아가 오랜 친구인 발레벨라 시장에게 이 문제를 알리며 소녀상 건립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비문 원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납치해 군대의 성노예로 삼는 등 홀로코스트 못지않은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일본은 여성과 인류에 대한 전쟁 범죄를 책임감 있게 인정하고 그러한 잔학 행위를 기억하는 데 정의로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 일본의 직접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일단 이날 예정된 제막식에서는 기존 비문이 그대로 공개될 예정이다. 발레벨라 시장은 “소녀상은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에 대한 보편적인 비판의 마음을 담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철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문구 변경 시기를 두고도 “한국 대사관으로부터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의연에 따르면 스틴티노 소녀상은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 이후 유럽에 들어서는 두 번째 소녀상이다. 해외에 세워지기로는 14번째다. 첫 번째 해외 소녀상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 도서관 앞에 세워졌다.



한편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은 현재 철거 위기에 놓였다. 소녀상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비문 문구를 수정하는 협의가 실패하면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며 사실상 오는 9월 28일 이후 철거 방침을 공식화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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