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동행지수와 경기 선행지수가 모두 기조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경기 하강의 초입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투자 위축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기 하강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 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반박한다. 정부 관계자는 “선행지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6개월 연속 하락 등의 움직임은 없기 때문에 경기 하강 여부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고용에 이어 경기체감지수, 투자, 생산 등 최근 발표된 주요 지표에 온통 경고등이 켜지면서 한국 경제의 하강 국면 진입 여부에 대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경제 활성화의 선결 조건인 설비 투자는 18년만에 4개월 연속 감소하며 투자 빙하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 지표 부진이 하강 국면 진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판단한다. 특히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5월 잠시 보합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2월 이후 5개월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에 대해 예사롭지 않다고 지적한다. 선행종합지수 구성지표들의 마이너스 전환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선행종합지수는 재고순환지표, 소비자기대지수, 기계류내수출하지수, 건설수주액, 수출입물가비율, 구인구직비율, 코스피지수, 장단기금리차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지난 6월 소비자기대지수(0.3포인트→-0.5포인트), 건설수주액(10.6%→-6.1%), 코스피지수(0.3%→-0.8%)가 전월 대비 마이너스로 꺾였다. 그나마 기계류내수출하지수(-1.3%→0.0%)가 보합세로 전환했으나 이마저도 반도체 투자 등 수입 투자가 반영되지 않은 항목이어서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행종합지수 구성지표는 지난 2월 8개 중 4개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3월, 4월, 5월 전월대비 마이너스 항목이 1개로 줄면서 안정세를 보였으나 6월에 다시 확대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부 지표 부진만을 갖고 경기 하강 진입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수출이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는 데다 실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8~2.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 수출은 518억8000만 달러로 5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1956년 수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2위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김현욱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어 지금 제대로 정책 대응을 못하면 하강 국면으로 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선행지수가 모든 경제 상황을 담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에 경기 순환 논의에 집중하기 보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sg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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