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퀴어축제에 역대 최대 1만여명… 기독교 단체와 올해도 충돌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광장서 19회 성소수자 축제, 자위기구 팔고 신체 드러내 논란

시민들 "기본 매너란 게 있는데…" 주최측 "표현 방식의 문제일뿐"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4일 동성애자 등 성(性) 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다. 횟수로 19회째,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은 2015년 이후 올해로 네 번째다. 같은 시각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단체·학부모단체 회원들이 반대 집회를 열면서 올해도 도심 한복판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에는 경찰 추산 1만5000명이 참가했다. 작년(경찰 추산 9000명)보다 참가 인원이 배 가까이 늘었다. 퀴어(queer)는 '색다르다'는 뜻이지만 현재는 동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도 의미한다.

지난 2000년 50여명으로 시작한 1회 축제는 성 소수자 문제를 '사회 이슈'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축제 규모가 커지면서 일부 퇴폐적이고 자극적인 행사가 지적을 받기도 했다.

14일 퀴어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의 한 부스에서는 남녀 성기를 자세하게 묘사한 비누를 팔고 있었다. 남성끼리 애무하는 사진을 걸어놓고 자위기구, 콘돔, 러브젤 등 각종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남성 참가자들은 엉덩이가 다 드러난 복장을 하고 거리 행진 도중 자기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

직장인 서모(31)씨는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 매너가 있다"며 "그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 축제의 목적이라면 그걸 본 시민들은 성 소수자 문제에 마음을 닫을 것 같다"고 말했다. 7세 아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모(45)씨는 "아이들이 성 소수자 문제를 자유분방한 성행위와 동일시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명진(39) 퀴어 축제 조직위원장은 "몸을 음란하게 보는 시선이 잘못된 것"이라며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직위는 2013년부터 성기나 음모를 노출하는 복장을 금지하는 등 경범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스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인권위가 세운 게시판에 '청소년이 성 소수자에 대해 차별 없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원한다' 등의 메모지를 붙였다. 인권위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성 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현수막을 건물에 걸었다. 외국 대사관이 아닌 우리 정부 기관이 무지개 현수막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퀴어 축제 규모가 커질수록 반대 집회도 거세지고 있다. 기독교 단체와 각종 학부모 단체가 연합한 '동성애 퀴어 축제 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입구에서 주최한 반대 집회에는 9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원순) 시장님, 음란 행사 승인 올해가 마지막이죠?'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사 개최 반대 구호를 외쳤다. 퀴어 축제 참가자들이 50m 길이 무지개 천을 들고 퍼레이드를 시작하자 일부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퍼레이드 차량 앞에 드러누우며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퀴어 축제 참가자들은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행진을 이어갔다. 세 자녀와 함께 나온 조민철(51)씨는 "동성혼 합법화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아이들도 이 문제를 함께 알아야 할 것 같아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조유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