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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리튬공장 불나고 31초, 그때 달려나가야 했다 [6월 26일 뉴스뷰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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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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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6.26) 가장 큰 뉴스는 여전히 △리튬전지 공장 화재 속보(6곳)입니다. 특히 화재 당시 상황을 담은 CCTV가 공개돼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던 현장 모습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북-러 조약 비판” 6·25 메시지(3곳)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 1주일 앞두고 연기(3곳) 등도 1면의 주요한 기사입니다.





① 차이의 발견 : 화재 무방비 리튬공장



② 시선, 클릭!



- 귀농 줄어든다
- ‘집값 오르고, 금리는 내리고’ 전망
- 강원도 해수욕장 주말 개방
- 광화문 100m 태극기 논란



③ Now and Then : 월량대표아적심(등려군, 영화 ‘첨밀밀’(1997) OST)







① 차이의 발견





# 리튬공장의 무방비



- 어제(화) 경기도 화성 리튬공장의 화재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화면을 보면, 쌓아놓은 리튬 배터리에서 처음 모락모락 흰 연기가 납니다. 그러자 한 직원이 배터리를 옆으로 옮기고 연기가 더 나자 소화기로 불을 끄려합니다. 주변에 있던 동료 직원들은 ‘무슨 일인가’하고 그냥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화기를 발사하자마자, 폭탄 터지듯 폭발이 일어나며 불길이 치솟고, 시커먼 연기가 가득 찹니다. 짧은 영상은 그걸로 끝 나는데, 소화기로 불을 끄려던 직원과 주변에 있던 화면 속 직원들이 대피를 한건지, 희생된 직원들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1. 도망부터 가야했다



- 화면을 보면, 이런 화재에 전혀 대비가 안된 모습이 그대로 보입니다. 누군가가 분말 소화기로 불을 끄려하고, 불길이 더 치솟는데도 계속 시도합니다. 주변 직원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이 상황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지켜봅니다. 흰 연기가 실내를 가득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15초였습니다. 공장에서는 “분기에 한 번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했고, 안전 사전교육도 상시적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화면 속 직원들을 보면 위급상황시 요령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어디로 빠져나가야 하는지부터 알려줘야 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3면 그래픽(6.26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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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노동자 대부분은 출입구 반대편으로 피하다 막다른 방에 갇혀 마지막 숨을 거뒀습니다. 당일 불이 난 공장 3동에는 67명이 일하고 있었고, 이들 중 52명이 2층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장 안에서 숨진 22명은 출구가 아닌 반대편으로 피했습니다. 출구와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이 났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출구를 더 만들어야 했고, 유리창도 깨질 수 있어야 했고,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대피로부터 숙지시켜야 했습니다.





3. 외국인 노동자 + 일용직 노동자였다



- 숨진 희생자 23명 중 외국인이 18명(중국 17, 라오스 1)이었습니다. 파견업체에 소속된 일용직이었습니다.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 가운데 몇 명 뽑아서 통근버스를 태워 이 회사로 보내는 식입니다. 그러니, 분기별로 교육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들 일용직 직원들은 못 받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동포가 많았다고 하나, 외국인 직원들은 위급시 언어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 외신들이 이 상황을 속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동포를 포함한 중국,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와 한국인이 꺼리는 저임금 육체노동에 주로 종사한다”(AP통신), “출생률이 낮은 한국은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에 의존해왔다. 소규모 공장들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뉴욕타임스), “한국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노동자 대부분은 중국 동북부 출신 30~40대 조선족 여성이다. 소방 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공장에서도 소방 훈련을 한 적도 없다”(중국 신경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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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근에도 불 났다



- 지난주 토요일에도 이 공장에서 작은 불이 났다고 합니다. 배터리 작업과정에서 불이 났으나, 소화기로 금새 진화했고, 소방당국에 화재 사실은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5. 리튬은 위험하다



- 불이 난 이 공장은 국방통신장비에 쓰이는 군용 리튬 1차전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군용 리튬 1차전지는 폭발 사고가 잦아 국방부가 보관 매뉴얼을 다듬고, 대체품 개발에 착수했을만큼 위험성이 높습니다. 최근 3년간 군에서 31건의 리튬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 문제는 이런 리튬전지는 공장에만 쌓여있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트북, 스마트폰, 전기차, 킥보드, 디지털카메라 등에 장착된 배터리에 쓰이고 있습니다. 오래 사용하거나 과충전시 모두 열이 납니다. 외부 충격이나 물리적 변형시에도 불이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비행기 탑승시 노트북을 별도로 체크하고, 수하물에 싣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리튬전지에 대해 우리나라는 아직 별도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 기준도 없는 상태입니다.



- 전국의 1차·2차 전지 제조업체는 모두 213곳입니다. 화성에만 18곳이 있습니다. 소방청은 전국 전지 제조업체 대상 긴급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처음입니다.





6. 유족들은 시신을 못 찾았다



- 숨진 23명 중 현재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3명입니다. 시신이 너무 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또 일부는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경찰서와 병원 주변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습니다.





7. 언론보도(사설)



- 여러 신문들이 전날에 이어 계속 관련 사설을 썼습니다.



한겨레 = 방치된 위험 외주화, 이주노동자 덮친 리튬공장 참사



경향 = 화성 참사의 민낯, '위험의 이주화' 국가적 대책 세워야



한국 = 참담한 외국인 노동자 희생…보호 정책 방치도 차별이다



조선 = 배터리 산업은 폭발적 성장, 불 끄는 대책은 전무



- 이 사안은 2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하나는 ‘리튬전지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고, 두번째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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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선, 클릭!





# 귀농 줄어든다



- “여보, 나 은퇴하면 시골 내려가자” => ‘시골 독거노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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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오르고, 금리는 내리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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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주의 논란에 앞서, 광장에 뭔가 채워넣지 않으면 안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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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경기도 화성 리튬공장 화재 사고로 숨진 23명 가운데 중국 국적자가 18명입니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들중 상당수가 30~40대 중국동포 여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고달프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고향에 어린 자식을 둔 엄마도 있었을 것이고, 올가을 결혼식 날짜를 받아놓은 예비신부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타향에서 생을 마감한 젊은 그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늘 영상은 영화 ‘첨밀밀’(1997)의 OST인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입니다. 등려군(1953~1995)은 대만의 최고 인기가수로, ‘첨밀밀’(1979)과 함께 1977년 취입한 이 노래가 대표곡입니다. 영화 ‘첨밀밀’에서 중국 본토 출신인 장만옥과 여명은 맨몸으로 홍콩에 와 식당에서 일하고, 노점상도 하며 돈을 모읍니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갈 꿈을 꾸며 본토에서 자주 듣던 등려군의 노래로 향수를 달래며 타향에서의 날들을 살아갑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화성공장에서 숨진 직원들도 타향에서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그리며 지내왔을 것입니다. 그 소박한 꿈 하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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