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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진짜 같은 가짜가 더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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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판타지랜드|커트 앤더슨 지음|정혜윤 옮김|세종서적|720쪽|2만5000원

'판타지랜드(Fantasyland)'란 거짓과 음모론, 가짜와 쇼비즈니스 같은 '환상'이 실제 현실을 압도하는 세상을 말한다. 소설가 겸 문화비평가 커트 앤더슨은 미국 사회를 '판타지랜드'로 규정한다. "환상을 실제로 취급하는 현상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이 유달리 그런 현상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 비판이 좌충우돌 이어진다. 인격자로 여겨지는 인물도 거짓투성이다.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노래했던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그렇다. 그가 살던 숲속 오두막은 친구 도움으로 지은 것이었고, 걸어서 30분이면 닿는 곳에 북적이는 대도시가 있었다. 소로는 스물일곱 살이던 1844년부터 2년여간 숲속에서 보낸 이후 도심 한가운데 있는 아버지 집에서 평생을 살았다.

대통령 이미지는 대개 조작된 것이다. 케네디는 젊고 활기찬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항불안제·수면제·각성제를 늘 복용했다.

'환상'은 트럼프에서 정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타지랜드의 신'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다. 트럼프는 '거짓말하는 언론'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선거운동 전술로 활용했다.

환상에 쉽게 빠지는 현상은 뿌리 깊은 역사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500년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진짜 같은 가짜가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 사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우리는 어떤가.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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