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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Why] 싫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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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사전]

조선일보

‘싫어하는 것도 존중해달라.’ 좋아하는 것뿐 아니라 싫어하는 것도 당당히 밝히고 존중받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4월 페이스북 페이지 ‘오이를 싫어하는 모임’에 10만명이 가입하면서 ‘불호(不好)’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취향이나 신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표현의 자유’를 누리겠다는 취지다. 최근엔 온라인상 ‘불호 표현’이 ‘혐오 표현’으로 번지면서 이러한 ‘싫존주의’ 풍토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네티즌들은 ‘불호’는 존중해줄 수 있지만 ‘혐오’까지 존중해줘야 하는지 의문을 표한다.

지난 10일 온라인 극단주의 페미니즘 커뮤니티 '워마드'에 한 회원이 '남성 혐오'를 드러내며 성체를 훼손한 사진을 올렸다. 천주교에서 예수의 몸이라는 뜻으로 신자들에게 나눠주는 빵인 '성체'에 붉은색으로 성적 욕설을 적고 불태운 것이다. 이 사진을 올린 회원은 성체를 "그냥 밀가루 구워서 만든 떡"이라고 폄하하며 "천주교는 아담의 갈비뼈에서 여자가 나왔다는 소리를 한다. 여자가 사제를 못하고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천주교를 존중해 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비난했다. 글과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특정 종교를 모독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불호가 혐오로 폭주하면서 종교나 사상을 모독하는 행위까지 나아가는 건 ‘싫존주의’의 본래 의미에 어긋난다. ‘표현의 자유’가 무소불위의 만능열쇠라고 생각하는 건 당신의 착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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