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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Why] 요즘 패션 피플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잇 아이템'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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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사진 찍더라도 책이 놓여 있어야 멋져

책덕후·북맥·북튜버 등 책 관련 신조어 잇따라

중소서점이 맛집 못잖게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조선일보

배우 설리가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설리 인스타그램


#1. '여기 모토(Motto), 쉿 보물창고.'

지난 9일 배우 설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독일 베를린의 독립 책방 '모토'에서 책을 읽는 모습. 베를린 동쪽에 있는 모토는 작고 허름한 서점이지만, 베를린을 방문한 젊은 관광객이라면 인증 샷을 남기는 명소 중 하나다. 이곳에서 파는 에코백(천가방)은 없어서 못 팔 정도. 루이비통 네오노에백을 메고 책을 읽는 설리 모습에 '책 읽는 모습이 예뻐요' '가방 저랑 커플백' 등의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설리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417만 명이다.

#2. 여성 의류 쇼핑몰 '치유의 옷장'을 운영하는 손루미 대표. 인스타그램에서 '청담 언니'로 불리며 옷·가방·화장품 등의 트렌드를 이끄는 그녀는 지난 8일 자신의 고객들과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청담동 치유 매장에서 모여 와인과 케이크를 먹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버스데이걸'을 같이 읽고 소감을 말하는 모습은 마치 젊은 여성들의 '브런치 파티' 같았다.

최근 트렌드를 이끄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가장 '잇(it) 아이템'은 '책'이다. 이들에겐 새로 생긴 카페나 레스토랑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작고 개성 강한 독립 서점이 인증 샷 남기기에 더욱 좋은 곳. 카페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탁자 위에는 읽던 책이 놓여 있어야 멋지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을 넘기는 장면을 찍은 사진에서는 곱게 바른 네일 케어가 필수. '책덕후(책 마니아)' '북스타그램(책+인스타그램)' '북맥(책+맥주)' '북튜버(책+유튜버)' '책방투어' 등 책과 관련해 해시태그(#·검색을 편리하게 하는 표시)를 달 수 있는 신조어들도 부쩍 늘었다.

명품 백과 브런치 카페가 '럭셔리 문화'로 대표되던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는 게 대세다. '난 남들과 다르다'는 허영심이 '물질적 사치'에서 '지적 사치'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타 북스타그래머의 탄생 ▲독립 서점 증가 ▲책의 내용과 형태 다양화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독립 책방 '당인리책발전소'를 연 김소영·오상진 아나운서 부부가 대표적인 북스타그래머.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언어의 온도'의 작가 이기주씨는 인스타그램 스타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경우다.

이런 바람을 타고 사진이 잘 나오는 '예쁜 책'들도 인기다. 최근 은행나무·마음산책·북스피어 3개 출판사가 합심해 내놓은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가 대표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스콧 피츠제럴드 작품 3권 세트 디자인을 라이프스타일 업체 '데일리라이크'가 맡았다. 3권을 함께 세워두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다.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독립 서점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지역별 중소형 서점들은 '맛집' 못지않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술을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서점, 간판 없는 허름한 골목에 있는 책방 등은 인스타그램에서 꼭 가봐야 할 '성지'로 꼽힌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한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는 불티나게 팔렸다"며 "관람객도 멋지게 차려입은 10~20대가 많아 출판사로서는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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