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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발암 논란' 고혈압약 104종 판매 재개… 여전히 불안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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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발암 원료 수입했지만 실제로 약 만들 때는 사용 안 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암 가능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돼 판매를 중지한 고혈압약 219개(82개사)를 점검한 결과, 104개 제품(46개사)이 해당 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 제품들의 판매 중지를 해제했다고 9일 밝혔다. 나머지 115개 제품에 대한 판매 중지 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중국 화하이사가 제조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219개 품목의 판매·제조를 잠정 중지했다. 화하이사의 발사르탄에는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불순물로 들어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판매 중지가 해제된 104개 제품은 화하이사의 발사르탄을 수입하거나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발사르탄 전체 제조·수입량(48만4682㎏) 가운데 화하이사가 만든 발사르탄은 2.8% 수준인 1만3770㎏이다.

판매·제조 중지 사실이 알려진 지난 7일 이후 첫 평일인 9일 오전 병원과 약국에는 자신이 먹는 고혈압 약이 안전한지 등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NDMA는 의약품에 들어가선 안 되는 물질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NDMA는 주로 사람이나 동물의 간에 피해를 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동물 실험에선 간 외에도 콩팥·폐 등에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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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체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2A 등급)'로 분류한 바 있다. 소·돼지 등 적색 고기를 먹는 것도 2A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식약처는 "평상시 숨을 쉬거나 음식물을 섭취할 때도 소량의 NDMA가 인체로 유입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실제로 개별 약품에 NDMA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인체에 어떤 피해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NDMA가 포함된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고 해서 임의로 복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고혈압 약 복용을 중단하면 혈압 조절이 안 돼 뇌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대체 약을 바로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국내 허가된 고혈압 약은 약 2690종이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약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문제없는 약품으로 1회에 한해 무료로 재처방받거나 약국에서 교환(대체 조제)받을 수 있다. 반드시 복용하다 남아있는 약을 처방받은 병원이나 구매한 약국에 가져가야 재처방이나 교환이 가능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판매나 제조가 중지된 고혈압 약별로 NDMA 함량과 이에 대한 인체 위해성 평가 등이 끝나야 이 약을 복용했던 고혈압 환자들에 대한 보상 여부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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