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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여성 시위 다녀온 장관… 벌떼같이 달려든 文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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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가부 장관 "여러분들 목소리 잊지않을 것" 글 올리자

"대통령 모욕·남성혐오 동조한 鄭 장관 파면" 4만명이 靑청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일 혜화역 시위 현장에 비공식적으로 다녀온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정 장관은 7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세 번째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다녀왔다. 비공식 일정이었고 수행 인원도 없었다. 정 장관은 이날 시위 현장을 다녀온 뒤 '많은 여성이 노상에 모여 분노하고 절규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 불법 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요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선일보

정현백 여가부 장관


그러자 '대통령을 모욕하는 언사로 가득 찬 시위에 동조하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파면을 요청한다'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즉각 올라왔다. 사흘 만인 9일 4만5000명이 참여한 상태다.

정 장관 방문이 논란이 된 건 이 시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는 발언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재기해'(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투신하라는 뜻), '유X당선 무X탄핵'(문 대통령은 남자라서 당선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자라서 탄핵됐다) 같은 표현도 나왔다.

시위대 일부가 착용했던 '곰' 마스크도 논란이었다. '곰'은 '문'을 거꾸로 뒤집은 것으로,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문 대통령은 투신하라'며 조롱조로 쓰는 표현이다. 시위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몰래 카메라 범죄의 경우 남성 피의자가 더 강력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한 발언을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다.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대통령이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이 시위 현장 방문 사실과 소감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여러분이 혜화역에서 외친 생생한 목소리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하자 "대통령을 욕하는 시위에 장관이 왜 동조하느냐"며 비판한 것이다.

청원자는 "7일 혜화역 시위는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모욕하는 언사와 피켓으로 가득 찬 시위였다"며 "일부 극렬 페미니즘 추종자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반정부 선동에 동조하는 정 장관은 현 정부의 이념과 정책 방향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다"고 했다. 청원 동참자들은 대부분 문 대통령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이용자가 많은 스포츠 커뮤니티 등에서도 '남성 혐오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이 장관이라니'라는 반응이 많았다.

여가부는 정 장관이 시위에 동참한 것도, 시위대 주장에 동의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 페이스북에 게재된 소감은 대통령을 모욕하는 시위 구호에 동조하거나 찬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장에서 드러난 여성들의 분노를 경청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 장관이 시위 현장을 지켜본 것은 지난 7일이 처음이었다. 주최 측은 이날 전국적으로 6만 명의 여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다른 여가부 관계자는 "장관이 여성 참가자가 3만 명이 넘는다는 소식을 듣자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면서 혼자 시위를 지켜본 것으로 안다"며 "여가부 장관이 역사상 최대 규모 여성 시위를 참관한 것이 왜 부적절한 것이냐"고 했다. 다만 시위 주최 측이 개인 자격 참가만 허용했고, 특정 정당 등 정치권과 거리 두기를 했는데 정 장관이 현장을 찾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말도 나온다. 여가부는 지난달 시위 주최 측에 '(여가부와) 함께 서울 시내의 몰카 현장을 둘러보자'고 제의했지만 이들은 "전시 행정을 돕고 싶지 않다"며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민주시민과 촛불정부를 이간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가 공격받고 있다. 김 장관은 시위 다음 날인 8일 페이스북에 "반박·비판부터 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시위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이 세운 정부인데 '민주시민'과 촛불정부를 이간질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김부겸 장관을 경질하라'는 국민청원이 10여 건 올라왔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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