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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20대 그룹중 18곳 "경영권 위협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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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20대 그룹에 속한 A기업 재무팀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외국인 지분 가운데 자사에 우호적인 것과 언제라도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회색 지분'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가 '금융보험사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5% 이내 제한' 방안을 내놓자 헤지펀드의 공격 가능성을 점검하려는 취지였다. 이 회사 임원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비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 단위가 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대기업이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본지가 8일 국내 20대 그룹에 '스튜어드십 코드와 상법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경영권에 미칠 영향'을 물어본 결과, 18개 기업(90%)이 '위협적' 또는 '매우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공정위는 대주주와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방안을 내놨고, 국내 증시에 131조원을 투자한 국민연금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달 도입한다. 정부와 여당은 소수 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해 대주주를 견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외국계 헤지펀드는 우리나라의 허술한 경영권 방어 제도와 정부 압박에 따른 지배 구조 개편의 틈새를 노려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은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미국·일본 등 외국에는 경영진이 외부 위협을 의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정부는 대기업 지배 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이는 외국계 헤지펀드에 공격 빌미를 준다"며 "반면 정부는 대기업에 경영권 방어용 방패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20대 그룹 한 임원은 "방어 수단이 없으니 기업은 수조원씩 들여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거나 배당을 대거 늘려 투기 자본과 연기금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눈앞의 경영권 방어에 진을 다 빼면 미래 투자에는 소홀해진다"고 말했다.




전수용 기자(jsy@chosun.com);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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