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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평화원정대] 수단 국경선 넘자 이슬람 문명권…라마단 단식 뒤 ‘원정대 먹방’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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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취재 뒷얘기 | 에티오피아~시나이반도

원정대 초대한 한류 팬 에빈

“IS, 평화의 무슬림과 달라” 강조

원정대 이야기 대학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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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에티오피아에서 수단으로 넘어가는 국경 검문소가 가까워지자 버스 안이 분주해집니다. 여성들은 가방에서 형형색색 히잡을 꺼내 머리에 두릅니다. 남성들은 ‘겔라비야’라는, 원피스 형태의 흰색 아랍 전통의상을 덧입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요?

승객들은 대부분 에티오피아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입니다. 라마단 기간에 종교 행사를 위해 수단으로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에티오피아는 기독교의 한 갈래인 에티오피아 정교를 믿는 이가 전체 인구의 43%이고, 수도 아디스아바에서는 75%에 이릅니다. 이와 달리, 국경 너머 수단은 국교가 이슬람교이고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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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와 수단은 주요 종교만 다른 게 아닙니다. 국경 하나를 맞대고 있지만, 문명권 자체가 다릅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권에 속하고, 수단은 아랍-이슬람권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버스는 거대한 문명권의 경계를 넘어서기 직전이었고, 버스 안에서도 고스란히 문명의 전이가 이뤄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국경 검문소를 지나 수단에 들어서자, 차창 너머로 보이는 건축물과 종교 시설, 전통 복장, 심지어 낙타까지 모든 풍경이 아프리카라보다는 중동에 가까웠습니다.

오후 6시께 힘차게 수도 하르툼으로 달리던 버스를 한 무리가 멈춰 세웠습니다. 군인도 경찰도 아닌 이들은 인근의 무슬림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이프타르’. 라마단 기간에 낮 시간의 금식을 마치고 해가 진 직후의 첫번째 식사를 뜻합니다. 버스 승객들 모두 이 자리에 초대받았습니다. 이프타르를 먹는 것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피부색이 다르거나 언어가 다른 외지인도 모두 음식을 나눠 먹으며 평화와 건강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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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에 흔쾌히 응한 원정대는 함께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수년간 같은 길을 운전을 해 온 버스 기사 아흐파르티(47)의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슬림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원래 저런 것입니다. 저들의 친절에 조건은 없어요. 이 자리를 즐기면 됩니다.” 아랍어로 평화를 뜻하는 ‘이슬람’이라는 단어에 딱 맞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현장이었습니다.”

원정대는 이날의 에피소드를 정리해 한겨레평화원정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는데요. 이 게시물이 하르툼의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메신저를 통해 수많은 환영 인사를 받았습니다. 수단에서 이프타르로 먹는 음식은 사실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정대가 선보인 시원시원한 ‘먹방’이 수단인들의 호감을 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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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지난 3일 하르툼대학에서 경영학과 종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키니 에빈(25)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무슬림 사회에서 집으로의 초대는 가장 큰 호감 표시라고 합니다. 한류에 관심이 많은 에빈은 ‘김민지’라는 이름도 갖고 있었습니다. 같은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친구가 지어줬답니다. 학생들이 원정대가 머무는 숙소로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원정대의 이야기를 학교 과제물로 제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르툼의 대학생들은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있는 중”이라는 원정대의 말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슬람국가(IS)와 같이 극단주의에 빠진 종교인들과 일반 무슬림들을 꼭 구분해서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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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수단에서 이집트로 넘어가는 길은 의외로 쉽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국경 검문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그때부터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태평하게 앉아 있거나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6시, 라마단 단식이 끝났음을 알리는 라디오 방송이 국경 전체에 울려 퍼지자 비로소 사람들은 움직입니다. 처음 보는 이들끼리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가 저물자 사람들은 동쪽을 향해 절을 하며 본격적인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원정대는 12시간 만인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국경 검문소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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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드디어 아프리카의 끝자락이자 중동으로의 첫 관문인 시나이반도를 통과했습니다. 시나이반도의 일부 지역은 2014년부터 IS가 활동하는 테러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데요. 최근 IS의 쇠퇴와 이집트 정부의 치안 노력으로 다소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평화롭지 못한 곳입니다. 평화원정대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하르툼 카이로/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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