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4 (월)

이슈 선거와 투표

[르포] 야3당 엎치락뒤치락 ‘영광’의 선거는 초접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12일 전남 영광군 영광읍 터미널 사거리에 붙어 있는 군수 후보자들의 현수막.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밖에서 함부로 말도 못 할 정도로 선거가 치열하제.”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2일, 전남 영광군 영광읍 영광군청소년문화센터에서 방금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주부 최아무개(64)씨가 기자에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이 전력을 다해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유권자들은 이번 영광군수 재선거가 “대통령 선거 때보다 더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호남의 고인 물’ 민주당을 견제한다며 월세살이에 나선 조국 혁신당 대표를 좇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네차례나 지역을 방문하며 ‘명국대전’으로 치닫는가 싶던 선거는, 바닥훑기식 밀착유세에 나선 진보당의 뒷심 발휘로 ‘투표함을 까봐야 안다’는 초접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거리 곳곳에선 “당 보고 찍었다”는 말만큼이나 “당을 떠나서 찍었다”는 말들이 나왔다.



한겨레

지난 11일 오후 전남 영광군 한 교차로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3.06%’. 영광의 엎치락뒤치락하는 바닥 민심은 높은 사전투표율로도 입증된다. 12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영광군청소년문화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40여명(무작위) 가운데, 한겨레에 자신의 투표 내용을 슬쩍 일러준 22명(남녀 각 11명)의 ‘표심’도 ‘9 대 8 대 5’(정당 이름은 비공개), 박빙으로 갈렸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와 장현 혁신당 후보, 이석하 진보당 후보가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12~13일 영광읍 모든 사거리에는, 이런 접전 양상을 뒤집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뒤섞여 있었다.



높은 사전투표 결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진보당 쪽이다. 진보당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에 “이번에야말로 영광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군민들의 열망이 나타난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남도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영광군 거주 만 18살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석하 후보가 35.0%로 장세일 후보(33.4%), 장현 후보(27.4%)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진보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진보당 쪽에선 지지자들이 지난 7~8월 뜨거운 여름에도 동네 청소, 어르신 횡단보도 건널 때 부축하기, 심지어 화장실 청소까지 해주며 닦은 탄탄한 바닥 민심이 ‘죽으나 사나 민주당만 찍던 할머니들의 마음을 바꿔냈다’고 보고 있다.



12일 아침 9시부터 이발소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백발의 이발사 대명(77)씨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듯 “오는 16일 진보당에 투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석하씨가 시골까지 댕기면서 많이 거시기(봉사)도 하고 그러니까, 고생을 많이 하는 사람한테 그만큼 거시기(지지)를 해줄라고.” 강중식(69·자영업)씨 역시 “당을 떠나서, 진보당 당원들이 어려운 지역에 가서 봉사하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겨레

지난 12일 전남 영광군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장현 혁신당 군수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그래도 민주당이제”(주부 최씨)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영광터미널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조숙자(70)씨는 “이재명이 네번이나 오고, 이 난리법석을 피웠는데도 영광에서 이석하가 군수 난다(된다) 하믄 영광 우세나부러(우스워진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당이 커야 보조를 30만원 해줄 거 100만원 해줄 수 있는데, (국회에) 의원 3명 있는 진보당이 군수를 하면 영광 배려분다(망하네)”며 “내가 장세일이 보고 찍는 게 아니고 노골적으로 이재명 보고 찍는다”고 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지방 유세 때 한동네에 1박2일 있는 경우는 처음 같다”고 말할 정도로 영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가 기대했던 것 같지 않지만 이 대표가 다녀가고선 민주당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마지막까지 실수하지 않고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겨레

지난 12일 전남 영광군 진보당 이석하 영광군수 후보 선거운동본부 사무실 앞에서 이 후보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유세를 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혁신당 쪽에선 역전 가능성이 있는 ‘3파전’을 유지하고 있다며 막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12일 자정까지 영광읍 상가를 다녔고 13일에도 하루 종일 영광 유세에 집중했다. 조 대표는 13일 영광읍 집중유세에서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전과를 받을 그런 가능성도 없는 그런 깨끗한 후보가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세일 후보는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전과 2개가 있고, 이석하 후보는 공무집행방해와 음주운전 등 전과가 7개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사업을 한다는 문영재(59)씨는 “지나온 행적을 봐야 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이 낫지 않겠느냐”며 조 대표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요양보호사 ㄱ(66)씨 역시 “젊은 사람들, 말 잘 안 하는 사람들은 ‘3번’을 밀고 있다”며 “철새니 어쩌니 해도 (교수 출신인) 장현은 깨끗하고, 똑똑하다”고 지지 뜻을 나타냈다.



초접전 양상을 뒤집기 위한 각 당의 유세전 속에도 여전히 흔들리는 유권자도 다수였다. 13일 오전 영광읍 한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대화하고 있던 자영업자 양아무개(66)씨와 장아무개(62)씨도 이들 중 일부다. 양씨는 “옛날 같으면 맨발로 그냥 가서 민주당 찍어부렀는데, 지금은 마음이 진보당과의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밤 식당에서 조국 대표를 만나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며 자랑스러운 듯 보여주던 장씨 역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영광/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