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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진시황 할머니에게 유인원 멸종 책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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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시황 할머니 추정 묘에서 멸종 긴팔원숭이 확인

국제 연구진, 머리뼈 분석해 ‘사이언스’에 발표

애완용으로 키우다 주인과 운명 함께했을 가능성

“유인원 멸종에 인간이 큰 영향 끼쳤다는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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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을 죽이며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진시황은 자신이 죽으면서도 생사람들을 순장시켜 데려갔다. 그 할머니로 추정되는 이는 저승에 동물원을 차리고 싶었는지 흑곰, 표범, 스라소니, 학 등 여러 야생동물과 함께 묻혔다. 최근 그 무덤에서 발굴한 동물 뼈를 분석해보니까 멸종된 유인원이 포함돼 있어, 진시황 할머니도 유인원 멸종에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동물학연구소의 새뮤얼 터비 등 국제 연구진은 2004년부터 발굴이 시작된 진시황 할머니 추정 묘에서 발견된 유인원 머리뼈가 멸종된 긴팔원숭이 종인 것으로 판명됐다는 연구 결과를 21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했다. 이 고분은 진나라의 중심지였던 산시성에서 2300년 전에 조성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빙하시대 이래 유라시아대륙에서 멸종한 유인원의 유해를 확인한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영장류 중에서도 사람과 유전적으로 아주 가까운 유인원은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긴팔원숭이가 있다. 긴팔원숭이는 주로 중국 서남부 등 인간 거주 지역과 먼 곳에 살지만 갈수록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 하이난섬에 사는 한 긴팔원숭이 종은 개체가 26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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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비는 산시성 고분에서 나온 긴팔원숭이 뼈를 분석한 결과, 현재 존재하는 다른 긴팔원숭이 종들보다 이마는 훨씬 가파르고, 눈구멍은 크며, 사랑니도 상당히 독특한 형태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머리뼈의 주인은 현존하는 긴팔원숭이 종(種)들과 다를 뿐 아니라 그보다 상위 분류 체계인 속(屬)도 현존 긴팔원숭이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국 서남부의 긴팔원숭이 서식지는 산시성의 이 고분에서 1200㎞나 떨어져 있다. 연구진은 인간의 거주지 확대가 유인원의 멸종과 상관관계가 깊다는 것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고 했다. “사냥과 서식지 파괴라는 인간 활동이 역사시대와 선사시대에 걸쳐 많은 종들의 멸종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더욱더 깨닫게 됐다”고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대의 동물학자 크리스토퍼 헬겐은 “지난 2000년간 중국은 인구가 급증한 지역이며, 자연의 풍경이 인간이 지배하는 풍경으로 크게 바뀐 곳”이라고 말했다. 멸종했거나 멸종해가고 있는 긴팔원숭이들의 운명은 결국 인간이 좌우했다는 말이다.

진시황 할머니로 추정되는 인물은 왜 긴팔원숭이를 무덤까지 데려갔을까? 애완용으로 키우다 데려갔을 것으로 보인다. 야생의 젊은 긴팔원숭이를 애완용으로 잡아오고 무덤까지 데려가는 관행이 멸종을 재촉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에서 긴팔원숭이는 군자와 비유돼 애완동물들 중에서도 귀한 존재였다. 연구진은 고분에서 뼈로 발견된 멸종 긴팔원숭이를 ‘제국의 군자’로 명명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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