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유해를 관람하는 방문객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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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의 진짜 유해가 어디 있는지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140여년 만에 풀렸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11일(현지시각) 가디언 보도를 보면,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 연구진은 20여년간에 걸친 연구와 디엔에이(DNA) 분석 끝에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유해가 진짜 콜럼버스의 유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법의학 전문가 호세 안토니오 로렌테는 “신기술 덕분에 세비야의 유해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것이라는 지금껏 불완전했던 학설이 이제 명확히 확인됐다”며 “유해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콜럼버스의 형제 중 한 명인 디에고와 그의 아들 페르난도와 대조했다”고 설명했다.
145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난 콜럼버스는 15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항해가 이어졌던 일생처럼 그의 유해도 한 곳에 머물지 못했다. 일단 스페인에 묻혔던 유해는 그의 유언에 따라 대서양 건너편의 현재의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 해당하는 히스파니올라 섬으로 이장됐다. 이곳은 콜럼버스가 항해를 통해 건설한 첫 스페인 식민지였다.
스페인이 1795년 이 지역을 프랑스에 빼앗기게 되면서 콜럼버스의 유해는 쿠바 아바나로 재차 이장됐다가 1898년 쿠바가 스페인에서 독립하자 다시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으로 옮겨져 안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인 산토도밍고에서 1877년 ‘걸출하고 뛰어난 남성,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란 문구가 적힌 납상자가 발견되면서 유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도미니카공화국은 이 상자에 담겨 있던 뼈들이 콜럼버스의 진짜 유해이며 세비야 대성당 유해는 엉뚱한 사람의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로렌테는 “산토도밍고의 유해 역시 진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비야 대성당의 콜럼버스 유해와 산토도밍고에 있는 콜럼버스 유해는 모두 완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유해가 둘로 나뉘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라나다 대학 연구진은 오랫동안 논란이 제기돼 온 콜럼버스의 출신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 그 결과를 스페인 공영방송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북서부 제노바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린 시절의 행적이 불분명해 일각에서는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프랑스 등 다른 나라 출신이라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바스크인이나 카탈루냐인, 그리스인, 프랑스인, 포르투갈인이란 주장은 물론 스웨덴인이나 노르웨이인, 스코틀랜드인, 유대인이란 주장까지 20여개 학설이 난립해 왔는데 비로소 논란을 불식할 증거가 나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날 가디언은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일인 12일에 맞춰 스페인 국영 방송에서 최초 방영될 예정인 다큐멘터리 ‘콜럼버스 DNA : 그의 진정한 출신’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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