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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드러내려면 활동의 다양성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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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생부를 기반으로 학생이 가지고 있는 학업 능력과 태도, 학업 외 소양을 평가한다. 그에 따라 학생들은 학업 능력, 열정적인 태도, 소양과 관련된 노력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할 일이 많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다 하려고 한다. 더 잘하려고, 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자 애를 쓴다. 이는 기특한 일이다.

매일경제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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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전에는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 일부만 동아리활동을 하고 봉사 활동을 했는데, 이제는 모든 학생이 이러한 활동에 참여한다. 동아리가 없으면 아예 자율동아리를 만들거나 상설 동아리를 만들려고 한다.

봉사활동도 다양하게 하려고 한다. 자율 활동이나 특강, 체험 활동에도 다양하게 참여해 학생부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의 분위기가 그런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하나라도 더 많은 활동을 한 학생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라고 해도 모두 일회성으로 참여하는 활동만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러한 활동에는 자기주도성이 없고 방관자와 같은 참여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왜 그와 같은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동기도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고, 그 활동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을 알 수도 없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학업 능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다.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다. 백화점의 진열대나 뷔페 음식처럼 줄줄이 나열돼 있을 뿐인 활동은 대학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

빛이 퍼지면 무지개처럼 아름답게 보일 수 있지만 종이나 나무를 태울 힘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그 빛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 아름답지는 않을지라도 종이나 나무를 태울 힘을 갖는다.

대학은 누구를 선택할까? 당연히 종이를 태울 수 있는 에너지(학업역량)를 요구한다.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고, 학문을 하기 위한 강한 에너지가 필요한 곳이다. 학문은 단순히 수박 겉핥기식의 활동 경험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서울대에 합격한 한 학생은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학생이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수업 시간이었다. 수업 중에 의문이 생기면 영어로 질문을 했고, 영자 신문 동아리에 가입해 영어 기사를 썼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을 느꼈지만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해결했다.

일주일에 기사 한 편을 쓰고, 한 달에 에세이 한 편을 쓰겠다는 목표를 정해 실천했다. 친구들과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영어로 토론하고 인터뷰하는 활동도 했다. 주말에는 인사동이나 고궁에 가서 영어 안내 자원 봉사자로 활동했다. 축제 때는 영어 연극을 하기도 했다.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해 수업, 자율동아리, 동아리 등 모두 영어와 관계된 활동을 한 것이다.

서울대는 ‘스펙이 많은 학생이 선발된다.’는 오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스펙이 많은 학생이 선발된다는 게 사실일까요? 단순히 여러 가지 활동 경험이 많다는 것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보여준 지속적인 노력과 역량입니다.

따라서 서울대학교에서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는 학교 교육 과정의 주어진 교육 기회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모습과 주도적인 열정을 보인 학생입니다. 교외 수상 실적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며,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과 활동과 교과 외 활동이 평가의 중심이 됩니다. 또한 교내 활동의 경우에도 단순히 결과의 양이나 실적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의 동기, 과정, 결과를 모두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때로는 결과보다는 노력의 과정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서울대는 학교에서 보인 지속적인 노력과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지속적으로 할 수 없고 자신의 역량을 키우거나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면, 그런 활동은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활동은 단순히 결과의 양이나 실적보다 동기와 과정, 그리고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뚜렷한 동기기 필요하다. 왜 그런 활동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했는가에 대한 설명, 즉 활동 과정에서 학생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횟수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활동의 다양성보다 내용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처럼 말이다.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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