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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이 순간] 짧은 올림픽 영광, 긴 상처…정선 가리왕산 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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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사와 돌무더기는 리프트 승강장 주변까지 밀려 내려오는데

급경사면엔 붉은색으로 ‘위험! 토사붕괴 주의’ 경고판만

장마철 임박했는데 응급조치로 산사태 예방될까

생태계 복원은 가늠조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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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경기장으로 쓰였던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줄기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정선/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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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1m 높이의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한줄기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폐허로 변했다. 평창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경기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계절이 바뀌어 눈이 녹으면서 황폐화된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화려했던 스키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돌멩이만 뒹굴고 있다. 토사와 돌무더기가 리프트 승강장 주변까지 밀려 내려왔다. 장마철 폭우로 그 돌들이 언제 급경사를 타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굴러 내려올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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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상처를 드러낸 자갈밭에서 고개를 내민 들꽃. 정선/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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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내 리조트 옆 임도를 따라 산 정상 부근에 올라서니 오대산, 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은 태백산맥의 중앙부를 이루며, 능선에는 주목·잣나무·단풍나무·갈참나무·박달나무·자작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수목이 울창해 산약초가 많이 자생한다. 폐허로 변한 스키장 슬로프 주변을 벗어나니 취나물, 당귀가 보였고, 야생화 매발톱은 수줍게 고개를 떨어뜨리고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이 높아서인지 이제야 민들레, 산목련이 하얀 꽃잎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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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와 돌무더기가 리프트 승강장 주변까지 밀려 내려왔다. 정선/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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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슬로프 주변엔 겨울올림픽 때 사용했던 그물망이 둘둘 말려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수직으로 세워져 있어야 할 시설물들은 산 아래쪽으로 휘어져 있었다. 무수히 많았던 생명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 자리엔 돌덩이들만 자리 잡고 있었다. 급경사면엔 붉은색으로 ‘위험! 토사붕괴 주의’라고 적힌 경고판이 널브러져 있었다. 정상 부근에서 건너편 산들을 바라보니 오랜 세월 야무지게 자라난 나무들의 녹음이 우거져 일회용 스키장으로 쓰기 위해 사람들이 훼손한 가리왕산과 확연하게 비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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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를 따라 세워진 조명탑. 정선/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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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새벽 가리왕산 일대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알파인 경기장은 곳곳에 수해를 입었다. 강원도는 장비를 투입해 본격적인 산사태 예방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이런 응급조치만으로 산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가리왕산 현장을 살펴본 정규섭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건설 초기부터 복원을 염두에 둔 매뉴얼이 정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파괴된 가리왕산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앙정부는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복원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가리왕산 생태 복원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자연은 파괴된 만큼 우리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선/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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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2일자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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