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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왜/어떻게] KB지주, 10년만에 금융권 1위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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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관리 강화·공격적 M&A 주효…10년만에 금융권 1위 교체 'RACE 2018'로 1위 굳히기 시도…윤종규, "생보사 인수 검토 중"

세계파이낸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본사가 위치한 KB국민은행 및 신한은행 건물. KB지주는 지난해 10년만에 신한지주를 넘어 금융권 1위를 차지했다.(사진=연합뉴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지난 2008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뒤 금융권 수익 1등은 언제나 신한금융지주였다. 2016년까지 9년 연속 수위를 놓치지 않아 '금융권 1등은 신한'이라는 말이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을 정도였다.

이 고정관념을 처음으로 깬 것이 KB금융지주였다. KB지주는 지난해 신한지주를 눌러 10년만에 금융권 수위를 교체했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가장 높은 연결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1위를 굳히려는 기세다.

KB지주가 1위로 올라선 배경으로는 크게 리스크관리 강화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꼽히고 있다.

◇근본적인 리스크관리 체계 개선...‘리딩뱅크’ 명성 되찾은 국민은행

지난 2014년말 취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체질 개선을 외치며 리스크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추진했다.

일례로 KB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2015년 7월 '여신자산개선위원회'를 신설했다. 여신그룹, 리스크관리그룹 등 각 부서 수장들이 매달 모여 자산건전성 현황을 점검하는 회의다. 특히 부실 위험도가 높은 기업을 상시적으로 들여다보고 향후 대책수립을 논의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지난해부터는 KB금융그룹 전체에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위기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위기경보모형을 통해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 이슈가 걸린 업종의 여신들은 선별적 및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업권에 설정된 여신 한도가 차면 더 이상 해당 업권의 기업에 여신을 제공하지 않는 식이다.

이처럼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추구한 결과 그룹의 건전성, 특히 주력 계열사이자 가장 많은 여신을 취급하는 국민은행의 건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는 곧 은행의 수익 증대로 연결됐다.

본래 국민은행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50%를 넘길 만큼 압도적인 리딩뱅크였다. 그 후 점유율이 점점 낮아져 최근에는 30% 미만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활동고객 수만 약 13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리스크관리가 약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다보니 국민은행의 이익창출능력은 여러 해 동안 신한은행에 뒤졌었다.

2014년 국민은행의 당기순익은 1조290억원으로 1조4552억원의 신한은행에 밀렸다. 이 해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은 8743억원에 달해 4090억원의 신한은행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국민은행의 당기순익은 1조1072억원 및 9643억원에 그쳐 역시 신한은행(1조4897억원 및 1조9403억원)에 못 미쳤다. 주된 이유는 마찬가지로 높은 대손비용이었다.

하지만 꾸준한 리스크관리 강화 노력은 지난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2조175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해 1조7110억원의 신한은행을 눌렀다. 특히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1270억원)이 거꾸로 신한은행(4450억원)보다 적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민은행의 실적(6902억원)은 신한은행(6005억원)을 능가했다.

그간 순익에서 뒤지다보니 빛이 바래졌던 ‘리딩뱅크’ 명성을 국민은행이 되찾은 것이다. 덕분에 KB지주도 은행계열 순익에서 확실하게 신한지주를 앞서는 모습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시장점유율과 고객기반에서 타행을 확실히 앞선다"며 "대손비용으로 새는 돈만 막으면 앞으로도 은행권 1위를 굳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 M&A로 비은행계열 강화

다만 은행계열의 우위만으로 신한지주를 이길 순 없다. 신한지주는 은행 외에도 카드, 보험,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이익기여도가 상당히 높다.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는 신한지주가 장기간 금융권 1위를 유지한 비결이었다.

반면 KB지주는 은행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 항상 약점으로 거론됐다. 이 약점을 타파하기 위해 KB지주는 공격적인 M&A를 시도했다.

지난 2015년에는 KB손해보험(옛 LIG손보)을, 2016년에는 KB증권(옛 현대증권)을 인수해 비은행계열을 대폭 강화했다. 비록 수 조원의 자금을 쏟아 부어야 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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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손보는 3303억원, KB증권은 2717억원의 당기순익을 내 지주의 연결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KB지주의 작년 비은행 계열 순익은 1조1369억원으로 신한지주(1조3768억원)보다는 적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덕분에 KB지주는 은행계열의 우위를 바탕으로 신한지주를 밀어내고 금융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막판까지 KB지주와 신한지주의 경쟁이 치열했던 점, 최종 실적에서 3조3119억원과 2조9117억원으로 격차가 4000억원 가량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KB손보와 KB증권의 기여는 뚜렷했다. 두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더라면 KB지주는 신한지주를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지 영업 독려만으로는 실적 향상에 한계가 뚜렷하다”며 “결국 한 계단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M&A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KB지주의 리스크관리 강화와 적극적인 M&A가 어우러지면서 이미 그룹의 이익창출능력에서 신한지주를 앞섰다는 분석이 대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실적 추세는 비슷할 듯 하다”며 “KB지주의 연결 당기순익은 3조2000억원 가량, 신한지주는 3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KB지주는 금융권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RACE 2018'을 내세웠다.

'RACE 2018'의 주된 내용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견고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고객 관점에서 모든 서비스와 프로세스 혁신 △월드클래스 수준의 직원 역량을 확보 등이다.

이를 통해 각 계열사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활발한 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글로벌 사업에서는 동남아를 주된 타깃으로 잡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M&A도 물색 중이다. 윤 회장은 “생명보험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현재 비은행계열에서 가장 약한 편인 생보사업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인수 대상으로는 최근 시장에 나온 ING생명이 거론되고 있다. ING생명은 생보업계 5~6위의 대형 생보사라 손에 넣기만 하면 단숨에 생보 계열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다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매수가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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