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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투자노트] 무역전쟁은 훼이크? 여의도에 도는 '美금리인상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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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음모론이지만, 투자노트를 쓰는 취지 중 하나가 여의도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오늘은 여의도에서 도는 미·중 화폐전쟁을 써볼까 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중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무역전쟁은 노이즈를 일으키려는 목적이 있을 뿐이고, 진짜 전쟁은 화폐 전쟁이라는 얘기가 최근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음모론에 따르면 미국은 환율로 중국을 쓰러뜨릴 작정이고, 전쟁터는 홍콩이다.

홍콩은 1983년부터 미국 1달러를 7.75~7.85홍콩달러로 고정하는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다. 페그제 덕분에 홍콩달러는 안정적이었고, 아시아 금융시장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다. 1980년 전만 하더라도 제조업 비중이 높았던 홍콩은 점점 중계무역, 금융서비스 중심지로 바뀌었다. 2014년 기준 홍콩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친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홍콩은 위태롭게 됐다. 중국은 홍콩 반환 이후 지역민들을 달래는 목적 등등으로 부동산 부양책 등을 썼고, 현재는 우리나라 이상의 가계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DB




페그제를 쓰는 이상, 홍콩도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달러와 홍콩달러의 금리 차이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가 점점 심화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홍콩은 계속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사실 미국만큼 올릴 여력은 없다. 현재 홍콩 금리는 2.25%이고, 내년 이후로는 도저히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홍콩달러는 지난 4월 이후 페그제 상단인 7.85홍콩달러에 머물고 있고, 외환당국은 4~5월에만 환율 방어에 10조원을 쏟아부었다. 홍콩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3년 만이었다고 한다.

중국은 홍콩의 금융패권을 포기하든지(페그제 포기), 아니면 환율 방어에 계속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중국이 고집(?)을 계속 피우면? 홍콩부터 시작해 중국이 휘청이고, 이 과정에서 동남아는 무너진다. 우리나라도 무지막지한 타격을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난 너희랑 달라”라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요즘 도는 음모론의 핵심이다. 브라질·아르헨티나·터키·인도 등의 ‘신흥국 위기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불안 요인이다.

때마침 최근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기반의 주가연계증권(ELS)을 조심하라”고 권고했다.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예의주시해야 하는 국면인 것은 맞다고 본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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