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에서 직원이 법인 승용차용 연두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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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인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일부 법인이 이를 피하기 위해 차량가액을 축소신고〈중앙일보 9월 9일자 보도〉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정부가 축소 신고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축소신고가 탈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중앙일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실에 요청해 받은 국토교통부의 ‘수입 법인 차 차량 모델 및 신고가액’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차량가액 축소신고 여부와, 실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1~6월) 등록된 법인차 중 수입차 수는 4만7242대로 집계됐는데, 이중 일반소비자가격 8000만원 이상 승용·승합차는 1만8898대다. 이가운데 차량가액을 8000만원 이하로 일반소비자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량 수는 6290대에 달한다. 올 상반기 등록된 차량은 모두 신차로, 법인이 최초취득가를 신고한 것이다.
김 의원실은 “구입가격 축소신고로 인한 취득세·등록세·개별소비세 등 탈세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A법인이 취득가 5690만9091원으로 신고한 BMW ‘M8 쿠페 컴페티션’은 BMW코리아 홈페이지(6일 현재)에 2억3850만원으로 안내돼있다. 기본가에 차량을 구매했을 경우 내야 할 세금(취득세·등록세·개별소비세, 서울시 기준 공채할인) 추산액은 3163만4206원이지만, 구매가액을 낮게 신고한 A법인의 세금 추산액은 754만8329원이다. 2400여만원의 세금을 덜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실은 현행법상 자동차 등록을 ‘신고제’로 하고 있어 이 같은 꼼수등록과 탈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차량 구매자(법인 포함)는 차를 등록할 때 ‘자동차 출고(취득) 가격’(비고란에 기재), ‘형식 및 연식(모델연도)’ 등을 자율적으로 써내고, 국토부 등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정근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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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번호·차량제작증 임의로 고치고
특히 연두색 번호판 회피를 위한 수법도 더 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수입차업체가 차량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는 ‘차대번호’까지 변경해 할인판매 근거를 만들어낸다는 의혹이다. 차대번호는 제조국·제조사·차종·배기량·모델연도·생산공장 등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알파벳과 고유번호 숫자 등 17자리로 구성돼있다. 제조국·제조사는 국제기준에 따르지만, 차종·배기량·제작연도·생산공장·고유번호는 제조사가 자체 부여한다. 차량 생산 시기를 의미하는 모델연도는 10번째 칸에 기재한다.
문제는 ‘자동차 차대번호 등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생산연도를 임의로 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규정(2조 4호)에 따르면 차량의 실제 생산 시기와 관계없이 24개월 내에서 생산연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차량 부식 등의 경우 차대번호의 재부여도 가능하다. 차량 등록 시 제출하는 차량제작증도 판매사가 임의로 기재해 발급할 수 있다.
A법인의 ‘M8 쿠페 컴페티션’ 차량의 경우 신규등록 차량이지만, 국토부에 등록된 모델연도는 2020년이다. 김 의원실은 “현 제도상 제조연도 등 차대번호를 제조사가 부여하게 돼있다”며 “수입차 회사가 차대번호 부여의 허점을 이용해 실제 제작연도와 차대번호상 제작연도를 다르게 만들어도, 국토부 등 관계기관이 확인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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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가입자 바꿔치기 꼼수도
최근엔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바꿔치기하는 방식도 나타났다. 차량 등록 시 차대번호로 가입된 개인보험 가입증명서를 제출해 개인차량인 것처럼 속여 일반 번호판을 발급받고, 법인 명의로 변경하는 수법이다. B딜러사는 “최근 다운계약서 단속이 많아졌고, 처벌이 만만치 않다”며 “차량가액이 다운계약서를 쓰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금액의 경우 차량을 개인등록으로 일반번호판을 받고, 법인보험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출고한다”고 권유했다. 차량등록시 보험가입여부만 확인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고가 법인 차량에 대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이 증가하자,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으면 운행경비·감가상각비 등을 인정받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이 제도 시행 뒤 고가 수입차 판매가 감소하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 등록 수입 차량은 4만2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29대)보다 8029대 줄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며 원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혜 의원은 “차량 가액을 불러주는 대로 인정하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신종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이 실태에 정부가 대처하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며 “객관적인 차량 가액을 기준으로 꼼수 등록을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차량 등록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인차 등록시 보험가입증서상 잔존가치 등 실제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삼으면 ‘연두색 번호판’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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