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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경찰, 검찰의 지휘 안받고 수사 종결권까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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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 정치적 중립 보장 방안은 빠져

정부가 앞으로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 지휘 없이 수사하고,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을 독립적 1차 수사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총리는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경찰) 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게 된다"고 했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형사소송법이 처음 만들어진 1954년 이래 64년 만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그동안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든 없든 모든 사건 기록을 검찰에 넘겨야 했다. 송치 전 수사 단계에서도 검사 지휘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젠 범죄 혐의가 있어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건만 검찰로 기록을 보내고 나머지는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 경찰이 압수 수색·체포 영장 등을 신청하면 검찰은 기각하지 못하고 바로 법원에 청구하도록 했다.

경찰 권한이 커지는 데 대한 견제 장치도 뒀다.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는 사건을 무혐의 종결하는 등 수사권을 남용할 경우 검찰이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 경찰 조직을 시·도별로 쪼개는 자치경찰제도 현 정권 임기 안에 시행하기로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뇌물 수수 등 부패 사건과 경제·금융·선거 사건 등 핵심 인지(認知) 수사는 지금처럼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재수사도 가능하다. 결국 수사의 총량 자체가 줄지 않게 되는 것이다.

조정안에는 검경의 정치적 중립 보장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인사권을 쥔 정권 눈치를 보면서 '충견(忠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막을 장치가 없는 것이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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