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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매티스 "中, 주변국을 조공국 만들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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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금의 국제질서 변화 노려… 明나라가 그들의 모델인 것 같다" WP "시진핑 야심 유식하게 경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어른들의 축'으로 꼽혔다.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 내에서 미국의 가치와 질서, 동맹 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켜낼 고위 관료라는 뜻이다.

그런 매티스 장관이 남중국해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외교 현장에서 힘으로 밀어붙여 자국 이익을 관철하려는 중국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15일 해군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중국은 현재 국제 질서를 바꾸기 위한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며 "명나라가 그들의 모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근육에 의존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조공을 바치는 속국(tribute states)이 되어 베이징에 굽신거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에 유식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했다.

매티스 장관이 중국이 과거 명(明) 왕조의 영화(榮華)를 재현하려 하고, 주변국에 조공 외교를 강요한다고 비판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주변의 다른 나라들이 더 강하고 큰 나라(중국)에 조공을 하거나 아니면 잠자코 따르라는 일종의 조공 국가 방식을 채택해 신뢰를 깨고 있다"고 했다.

작년 2월 일본에서는 "지금 중국은 명 왕조의 책봉 정책을 부활시켜 주변을 모두 자기 세력권에 넣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매티스의 입에서 중국의 왕조 역사와 '조공 외교' '책봉 정책'과 같은 전문적인 역사적 개념들이 흘러나왔다.

그는 사실 별명이 '미친개(mad dog)'일 정도로 터프한 군인이었다. 사병으로 해병대를 제대했으나 ROTC로 다시 해병대 장교로 임관해 4성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미국 언론들은 '매티스 어록'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세상에는 죽여버려야 마땅한 놈들이 있다" "상대방에게 정중하고 프로답게 행동하되, 만나는 누구든 죽일 계획을 세워라" "난 평화롭게 왔다. 눈물을 머금고 부탁한다. 나한테 까불지 마라. 그러면 난 너를 죽여버릴 것이다"는 것들이 '미친개' 매티스의 말이었다. 그가 무전기로 통신할 때 스스로를 지칭하던 호출부호는 '혼돈(chaos)'이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거친 언사의 매티스에게는 전혀 다른 면모도 있다. 그는 손자병법을 달달 외운다고 한다. 세계 전쟁사에 통달해 있고, 집에 있는 7000권의 장서를 모두 독파할 정도의 독서광이기도 하다. 이라크전 전장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수도승 전사(warrior-monk)'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역사가 T R 페렌바흐의 책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읽어보라"고 했다. 페렌바흐는 그 책에서 전쟁을 "힘이 아닌 의지의 대결"이라고 했다. 매티스의 말은 '이기려는 의지와 군사행동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복잡한 것을 싫어해 파워포인트로 보고 받는 것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매티스 장관은 "파워포인트는 우리를 멍청하게 만든다"며 못 쓰게 한다. 복잡한 세상사를 너무 단순하게 파악하다 보면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매티스 장관은 다음 주 베이징을 방문한 뒤 28일 한국으로 온다. 중국 방문 전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리 경고를 보낸 셈이다. 매티스 장관의 방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발표를 뒷수습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중단은 매티스가 주도한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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