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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국당, 계파 갈등 재연 조짐…'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 메모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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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들이 19일 모여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당 쇄신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김 권한대행의 쇄신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비복당파 의원들은 “이 상황에 계파 모임을 하느냐”며 크게 반발했다.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봉착한 한국당에서 친박계(비복당파)와 비박계(복당파)의 갈등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복수의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성태 권한대행과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 20여명은 이날 비공개 조찬모임을 갖고 김 권한대행이 전날 밝힌 당 쇄신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김 권한대행은 중앙당을 해체하고 외부 인사가 전권을 갖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

김성태(왼쪽에서 다섯째)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대형 현수막을 배경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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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권한대행의 쇄신안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다.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의원을 포함해 계파를 막론하고 중진, 초재선 사이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심재철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헛다리 짚기나 하고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다. 이런 독단적 행동은 공당이 아닌 사당의 행태”라고 했고, 한선교 의원은 “혁명적이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했다. 재선 의원 모임, 초선 의원 모임에서도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들이 모인 것은 김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권한대행은 자신의 쇄신안을 의원들에게 설명했고, 이들은 김 권한대행 쇄신안 이상의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같이 했다고 한다. 한 복당파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당내에 의원들이 여러 단위로 모여서 수습책을 논의하고 있지 않느냐”며 “오늘 모임도 그런 취지”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김성태 권한대행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복당파인 김재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성태 원내대표가 밝힌 정도의 개혁안에 화들짝 놀라는 우리당 현실이 절망스럽다”며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의 안일함이 놀랍고, 부둥켜 안고 의지할 그 무엇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두렵다”고 했다. 김 의원은 “중앙당 '해체'라고 표현은 강하게 했지만, 사실은 당의 슬림화 내지 축소에 불과하지 않은가”라며 “그러나 지금 죽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 이것이 우리당의 운명”이라고 했다.

복당파 의원들의 모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초선 의원들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 복당파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의 휴대전화에서 ‘친박·비박 싸움 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의 계파 갈등을 암시하는 메모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비복당파인 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복당파 의원들이 저렇게 나서는 것은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럴거면 바른정당을 계속 하지 왜 들어와서 있지도 않은 계파 갈등을 다시 재연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을 포함해 모든 당직에 있던 사람들, 도당 위원장들까지도 다 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지금 대체 뭐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복당파 의원들이 모임을 가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다시 회동을 열었다.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모임을 알리는 공지 문자에서 “당 혁신 논의가 친박·비박 싸움으로 변질될 움직임이 있기에 긴급하게 초선 모임을 갖고자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김 권한대행도 참석해 당 쇄신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권한대행은 초선 모임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사전에 공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입장이 충분히 공유가 됐다”며 “당을 혁신하고 쇄신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편견이 없도록 앞으로 소통을 더욱더 중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당내 모임이 계파간 갈등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어떤 계파 간의 목소리도 용인하지 않겠다”며 “이 시간 이후부터 일신 상의 안위와 입장을 유지하기 위한 모임이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모임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회의 직후 김성원 의원은 “초선들이 당의 혁신과 쇄신에 있어서 진정성이 절대 훼손돼선 안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한국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가장 싫어했던 것이 친박과 진박, 비박 이런 (계파) 싸움이었다. 이제 절대 그런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초선부터 중심을 잘 잡자고 결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복당파 회동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조금 더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김 권한대행 쇄신안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했다. 조만간 의총에서 난상토론을 통해 건설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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