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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레이더P] 차기 대권잠룡 가르마 탄 지방선거…고사성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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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1995년 이전에는 시도지사를 중앙정부에서 파견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하달 방식이었다.

세월이 지나 200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시도지사는 대권 잠룡으로 부각됐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권 주자로 부각되거나 반대로 멀어진 잠룡은 누구일까. 고사성어를 통해 분석했다.

박원순, 전화위복(轉禍爲福)…첫 3선 서울시장
매일경제

6.1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례간부 회의에서 긴급 회의 안건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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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령'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 3선은 최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정체 속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1월에 중도 포기했다. 박 당선인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에서도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을 정도로 당내 다른 후보들과 격차가 컸을 뿐 아니라 본선인 지방선거에서도 52.7% 득표를 얻었다. 잠룡들과 대결한 3자 구도에서 볼 때 높은 점수다.

최근엔 달라졌다는 당내외 평가도 받는다. 과거와 달리 당내와 소통에도 나서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캠프에 박 시장을 돕고자 하는 당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본인 유세보다 서울 취약 지역 유세를 집중적으로 도운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강남구에서도 민주당 구청장이 탄생했다.

원희룡, 군계일학(群鷄一鶴)…보수궤멸 속 돋보여
매일경제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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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승리였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은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원 지사는 선거기간 여론조사에서 50%를 넘지 못했지만 51.7% 도민 지지를 얻었다. 도의원 선거 31곳 가운데 민주당은 25곳을 가져갔다.

관심은 원 당선인이 언제 어느 당에 복귀할지다.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만 지사에 당선된 '역대급 참패' 상황에서 과거 보수정당에 몸담았던 원 지사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원 당선인은 "당분간 도정에 전념하며 제주도민을 받들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중앙정치 컴백은 시기의 문제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그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간표를 짤 수 있는 것은 제주도민이고, 결국 더 넓게 봐서는 시간표는 시대와 하늘이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 고진감래(苦盡甘來)…남은 고비 특검
매일경제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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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과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유명세로 초반에는 여유로운 듯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원 댓글 의혹 사건인 일명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김 당선인과 연관성 여부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 야당의 요구에 '드루킹 특검' 법안도 통과됐다.

게다가 경남지사 상대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했지만 군수와 도지사,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태호 한국당 후보였다. 개표 당일인 지난 13일 자정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김 당선인은 국회의원 초선이지만 당내에서는 이미 초선 이상의 중량감을 보였다. 여기에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대권 잠룡으로 점차 거론되고 있다. 남은 것은 한 고비는 '드루킹 특검'이다.

이재명, 만사일생(萬死一生)…돌발 논란의 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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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사진=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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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선거에서는 트위터 '혜경궁 김씨' 계정 실소유자 논란, 욕설 음성 파일 논란, '여배우 스캔들' 공방 등이 불거졌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의 높은 인지도로 인해 쉽게 승리가 예상됐던 곳이지만 선거 막판 돌발 변수들로 인해 선거 내내 이를 설명해야 했다.

이 당선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곧바로 대권 잠룡으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나온 논란으로 차기 대권 그룹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만시지탄(晩時之歎)…성찰의 시간
매일경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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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14일 패배에 대해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돌아보고 고민하며 숙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일요일에 제 딸이 박사 학위를 받기 때문에 수여식이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서 (미국에) 잠깐 다녀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양보, 2012년 문재인 후보와 대선 후보 단일화, 2017년 대통령선거 3위, 2018년 서울시장 선거 3위를 기록했다.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은 재선했지만 그 외 굵직한 선거에서는 모두 양보 내지는 패배했다. 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당선인의 '7년 실정'을 앞세워 박 당선인을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2011년 10월 지지율 50%의 안철수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섰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준표, 고립무원(孤立無援)…위기 속 사퇴
매일경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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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국당의 위기 속에 등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탄핵됐고, 보수가 분열된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한국당은 제대로 후보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경남지사직을 사퇴하고 대권에 도전했다. 그는 24%의 지지를 받으며 2위를 했다. 그 후 지난해 7월 열린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는 승리했고 대표에 취임했다.

홍 전 대표와 보수 정당을 둘러싼 상황은 그리 호락하지는 않았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며 안보가 이슈였지만, 올해 남북이 급속히 화해 무드로 전환됐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했고, 이어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이 이어졌다. 그러나 홍 전 대표의 전략은 그대로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로 규정해 당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 비판을 받을 만한 거센 표현도 줄지 않았다. 당내 후보들은 홍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제1 당은 지방선거에서 유례 없는 참패를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가능할 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김태호, 낭중지추(囊中之錐)…실패했지만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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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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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서 서울과 충남, 경남에 각각 김문수·이인제·김태호 후보를 공천하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세 후보 모두 떨어지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미래의 잠룡 후보로 김태호를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도의원과 군수와 재선 도지사, 재선 국회의원 등 지금까지 6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 김 후보는 이번에 비록 패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토론회 과정에서 2010년 총리 후보자 과정에 위증 논란에 대해 "39년 만의 40대 국무총리, 정말 욕심이 났다. 깊은 자성의 시간도 가졌다"며 실책을 인정하는 등 과거 자신의 행적이나 발언 등을 인정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김경수 살리기'로 민주당 당력이 총 집중된 경남에서 42.9% 득표에 그쳐 당선이 되지는 못했지만 개표 과정에서 김경수 당선인과 자정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방선거를 통해 얼마 남지 않은 보수권 잠룡 중 한 명으로 명함을 다시 파게 됐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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